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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도광산이 "일본의 명예"?… 日 극우, 세계유산 추천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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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도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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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후보 추천을 마감하는 다음달 1일을 앞두고, 사도광산을 후보로 올리라는 일본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현장임을 이유로 등재 추진을 철회하라는 한국 정부의 반발에 직면하자 추천 보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자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추천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어떤 결론이 나올 지 주목된다.

산케이신문은 25일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군함도를 소재로 NHK가 1955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녹색없는 섬’의 내용을 문제삼는 보도를 게재했다. 군함도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에는 탄광 노동자가 허리도 펼 수 없는 공간에서 속옷만 입은 채 일하는 모습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이 영상을 NHK가 KBS에 제공한 후 한국의 미디어에서 군함도를 ‘조선인 강제연행’과 연관시키는 보도를 할 때 해당 장면을 인용하고 있다”며 “영상이 한국에서 ‘반일 프로파간다’에 이용되는 것에 당시 군함도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장면이 군함도에서 촬영된 것은 아니라는 주민들의 호소에 대해 NHK가 ‘(촬영 장소가) 하시마 탄광 이외의 곳이라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지난해 12월 주민들에게 문서로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2020년 NHK가 자체조사에 나섰던 이 사안을 산케이신문이 새삼스럽게 꺼낸 건 사도광산이 강제 징용현장이라는 지적을 허위로 몰아가려고 비슷한 성격의 군함도와 관련된 논란을 들이민 것으로 보인다. 사도광산이나 군함도 등이 강제노역의 현장이라는 사실은 당사자들의 증언, 당시 생산된 공문서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검증된 것임에도 특정한 자료에만 기댄 편향된 주장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속셈이다.

산케이신문은 또 지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해야 한다’는 응답이 53.8%, ‘추천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이 33.9%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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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쿠다 다쓰오 자민당 총무회장은 이날 사도광산이 강제노역의 현장이라는 한국의 지적을 염두에 두고 “오해에는 확실히 말해야 하며 잘못된 정보가 세계에 유포된다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반대가 나오니까,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극우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전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 등재 추진을 “국가의 명예”와 결부시키며 “반드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천을 보류하면 (1910년) 한일합방에 의해 같은 일본인으로서 전시에 일본인과 함께 일한 한반도 출신자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지난 20일 파벌 모임에서 “논쟁을 피하는 방식으로 (등재를) 신청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팩트 기준으로 반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근거없는 중상에는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한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추천 여부와 관련해서는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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