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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7일 정경심 사건 대법 선고, ‘피시 증거능력’이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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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2년5개월 만에 판결 나와… 2심서는 징역 4년 선고

정경심 쪽 “피시 포렌식 과정 등 참여 못해 위법” 주장해

‘제3자 임의제출 증거’ 전원합의체 판단 적용 여부는 불투명


한겨레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20년 12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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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27일 나온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약 2년5개월 만이다.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PC)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따라 정 전 교수 운명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업무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다. 쟁점은 조 전 장관 딸 조아무개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파일 등이 발견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의 증거능력이다. 검찰은 정 전 교수가 이 컴퓨터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이 항소심과 달리 동양대 피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정 전 교수의 형량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사건을 다룬 1·2심 재판부는 동양대 피시의 ‘보관자’가 동양대 조교라는 판단을 토대로 피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라 보관자가 임의제출한 물품은 영장 없이 압수가 가능하다. 재판부는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는 규정이 없다”며 피의자 참여권 보장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앞서 2019년 9월 검찰은 동양대 강사휴게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동양대 조교에게 정 전 교수 피시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받았다. 포렌식 과정에서도 정 전 교수 등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정 전 교수 쪽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렌식을 통해 전자정보를 추출한 것은 형사소송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증거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11월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한 휴대전화 등을 탐색하거나 복제 및 출력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의자가 소유한 휴대전화를 피해자가 임의제출했는데 피의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포렌식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조 전 장관 부부 입시비리 의혹 사건을 따로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달 동양대 피시 등에서 나온 자료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교수가 동양대 피시의 실질적 소유자인데 임의제출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이 피시가 3년 동안 방치됐다는 이유를 들어 ‘소유자가 소유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 전 교수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심이 피시 소유자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정보생성주체(정 전 교수)를 소유자로 볼지, 정보관리자를 소유자로 볼지, 확실하지 않다. (동양대 피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도) 변수는 있다. 나머지 증거만으로 유죄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하면 상고 기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조 전 장관 조카 조범동씨 유죄를 확정할 때 동양대 피시 증거능력을 인정한 만큼, 대법원이 피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하려면 판례 변경을 위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전 교수는 앞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엄상필)는 지난해 8월 그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남편인 조 전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했다. 다만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가운데 1심이 유죄로 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등을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이 선고한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은 각각 벌금 5천만원과 추징금 1천여만원으로 줄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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