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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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는) 정체성이 무속 그 자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의 사회대전환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4일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무속 의존성'을 거론하며 공세를 계속했다. 지난 16일 MBC가 ‘김건희 녹취록’를 방영한 이후 추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8차례나 김씨를 물고 늘어졌다.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보다 훨씬 은근하고 영악하다”(17일) “무서운 공작부부다”(23일)는 식이다.
추 전 장관 외에도 민주당의 많은 중량급 인사들이 김씨를 타겟으로 삼았다. 송영길 대표는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까지 끌어들였다. 송 대표는 지난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자기 부인은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며 “완전 ‘제2의 이멜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은 녹음에 담긴 “미투(MeToo)가 터지는 것이 다 돈을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는 김씨의 말에 대해 “이런 인식이 저는 아주 천박하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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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30대 女 지지율 전주 대비 9%P 상승
‘김건희 때리기’에 열을 올리던 민주당 앞엔 24일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2030 여성층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6~21일 6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304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후보는 30대 여성 지지율이 전주 대비 9%포인트 뛰어오른 45.6%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28.7%에 그쳤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안티 페미니즘’ 정책 여파로 20대 여성 사이에선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28.6%로 선전해 이 후보(28.2%)를 앞질렀다. 비록 오차 범위 내였지만 한주 전 조사에선 이 후보(29.6%)가 윤 후보(28.2%)에 앞섰다.
‘쥴리 벽화’가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등장했을 때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벽화 논란 직후인 지난해 7월 4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여성들의 민주당 지지도는 34.2%로 전주 대비 4.6%포인트 떨어졌지만 국민의힘 여성 지지도는 31.1%로 전주 대비 3.5%포인트 상승했다.
[건사랑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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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구동성 ‘김건희 악마화'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민주당의 공세는 다분히 감정적”이라며 “김씨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여성 폄훼 표현들이 상당히 섞여들어가 여성 일반을 비난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민 정치컨설팅 대표도 “젊은 여성층엔 폭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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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딜레마 “윤석열, 무속 리스크 명확한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진 법사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오랜 교분이 있었다며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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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선 당황한 기색이 읽히고 있다. 선대위 전략에 관여하는 한 인사는 “무속 의존성이 윤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케 하는 큰 문제라는 건 사실이지만 일부 인사가 김씨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려 일을 그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3일 공개된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의 조사에선 윤 후보의 무속 리스크가 이 후보의 ‘형수 욕설’에 버금가는 악재로 확인됐다. CBS의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조사에서 ‘무속신앙 및 무속인과의 관계’가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답변은 60.7%에 달했다. ‘형수 욕설’이 이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63.3%였다.
선대위 내부의 여성 인사는 “김씨에 대한 인격적 비난들을 여성들이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며 “비판의 초점을 윤 후보의 능력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무속 리스크를 윤 후보 본인 공격에만 활용하고 있다. “무당이 굿을 해서 (북한을 향해) 국가 지도자가 선제타격 미사일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할 것이냐”(23일 수원역 연설)는 식이다.
배종찬 소장은 “허위 경력 논란이 터졌을 때는 윤 후보의 여성 지지율이 크게 빠졌었다”며 “무속 리스크도 이성적 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유효한 공세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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