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인사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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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등 새로운 서구 파트너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와 영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했음을 알렸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이 협정으로 관광, 기술, 스타트업, 교육, 기후 변화 등의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 말했다. 앤-마리 트리벨리언 영국 통상장관은 “이 협상은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는 와중에 영국 기업들을 선두에 올려놓을 절호의 기회”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몇 달 내에 좁은 범위의 잠정 협정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올해 말까지 포괄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포린폴리시는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는 보기 힘든 만큼 이번 회담을 상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라 해석했다. 인도는 약 200년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으며 카스트제도가 공고히 자리 잡는 등 사회 전반에 깊은 분열이 생겨났다. 1947년엔 파키스탄과 함께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영국은 냉전 이후 파키스탄 쪽으로 기울어진 태도를 보이면서 인도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인도는 지금껏 자유무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국가이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일찍이 세계에 문을 개방했으나 국내에선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포린폴리시는 평가했다.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FTA에 반대하며 뭉쳤고, 인도의 자본주의 계급도 본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외국 생산자들에게 개방하길 꺼려했다. 이는 지난 2014년까지 인도의 연립 정부들이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등 아시아 내 소수의 국가와만 FTA를 체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도가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 영국과 FTA 체결이란 이례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은 아시아권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 참여해왔지만 지난 2019년 협상 막바지에 불참을 선언했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가 늘어나고, 중국산 저가품의 대량 유입으로 자국 제조업이 붕괴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인도는 영국 외에도 다른 서구권 국가들과의 FTA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지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인도가 현재 중국과 무역 분쟁 중인 호주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을 상대로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할지도 이달 내로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은 인도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며 경계하고 있다.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인도가 영국과 FTA 체결 협상을 시작한 당일 ‘인도는 자유무역을 도모하기 시작했지만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해당 논평은 양국 간 무역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도가 아시아권 내에서 무역을 확대하는 것이 자국의 경제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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