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플랫폼에 포획된 삶
중개·결제 수수료에 배달료까지
점주 “플랫폼 우월 지위…다 결정”
배달기사들은 배차 호출로 통제
“공정한 룰 만들 순 없는 건가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배달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진우(45)씨가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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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당장 먹을 음식부터 내일 먹을 식재료, 집 청소를 맡아줄 청소 매니저 등을 스마트폰 터치 몇번으로 구한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할수록 플랫폼은 힘이 세졌고, 플랫폼에 노동력과 상품을 제공하는 이들은 소외됐다. <한겨레>가 만난 20명의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이용 사업자는 대선 후보들에게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법적 장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쿠팡이츠 주문!”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음식점 포스기에 알림음이 떴다. 메뉴는 쉬림프 날치알 까르보나라와 쉬림프 로제 파스타, 그리고 마늘빵이다. 주방장이 빠르게 손을 놀려 요리하자, 업주 김진우(45)씨가 고객요청사항을 유심히 들여다본 뒤 음식을 일회용기에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멧을 쓴 배달기사가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여기 파스타집 맞죠? 가게 간판이랑 상호가 다르네요”라고 물었다. 매장 입구에 ‘○○피자, ◇◇파스타, △△떡볶이’라는, 3개의 상호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월세 100만원을 내는 50㎡ 상가에는 주방만 있다. 김씨의 ‘진짜 가게’는 당산동이 아니라 쿠팡이츠·배달의민족·요기요와 같은 배달 플랫폼에 있다. 오프라인 가게는 하나지만 플랫폼엔 여러 매장이 입점한 형태를 ‘숍인숍’(shop in shop)이라고 부른다. 제일 자신있는 메뉴로 한 우물만 파는 전략은 배달앱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노출되는 수백개의 음식점 가운데 노출되려면, 여러 메뉴를 만들고 여러 가게인 것처럼 해야 한다. 고객의 눈에 띌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가맹점을 운영하자 접고 3년 전 배달전문 음식점을 열었다. 그의 가게에선 조리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배달앱 의존도가 높은 만큼,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 정책과 알고리즘을 바꾸면 매출도 함께 출렁인다. 그동안 ‘프로모션’으로 수수료를 할인해주던 쿠팡이츠는 지난 연말 새 요금제를 내놨다. 업주가 결제대금의 7.8% 수수료에 배달료 2364원짜리 ‘수수료 절약형’이나 배달비 없이 수수료만 27%인 ‘배달비 포함형’ 등 4가지 중에 선택하라고 했다. 김씨는 뭐가 유리한지 알 수 없었다. “주문중개 수수료, 결제 수수료, 배달료로 매출의 20~30%를 가져가요. 하루 15시간 일하는데, 재료비 40% 빼고 인건비, 임대료 내면 남는 게 없어요. 하루 15시간씩 일하면서 적자나 안 보면 다행인 거예요. 플랫폼이 우월한 자리에서 모든 걸 결정하는데, 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없어요.”
지난 7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 앞에서 배달기사 김정훈(40)씨가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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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5시. 구로디지털단지 거리에 선 배민라이더스 3년차 김정훈(40)씨의 배달앱에 호출이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주변의 배달기사 숫자와 기상 상태, 시간대를 고려한 알고리즘에 따라 배달료는 요동쳤다. 호출이 뜬 지도를 손가락으로 확대하던 김씨가 말했다. “여기 철길 보이시죠? (지금 위치에서 음식점까지) 픽업 거리 2㎞도 같은 2㎞가 아니거든요. 이 길을 돌아가야 하니까 실제로는 3㎞가 넘을 거예요.”
배달기사들은 오랫동안 픽업과 배달거리가 직선거리로 표출되고 배달료도 이 기준으로 산정되는 점을 문제삼아 왔다. 되돌아가는 거리까지, ‘일분일초가 돈’인 배달기사의 사정은 배달료에 산정되지 않는다. 특히 배민라이더스와 커넥트는 픽업 거리에 대해서는 배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픽업 거리가 멀어 곤란한 호출을 배달기사가 ‘몇 차례’ 거절하면 배달 플랫폼이 호출을 일정 시간 끊는다. ‘몇 차례’가 몇 차례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호출을 잡은 김씨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면서 말했다. “1~2분이면 가는 호출이 있는데 멀리 있는 호출을 배차해요. 조리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호출이어서 그럴 거예요. 너무 멀리 있는 걸 주면 거절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페널티가 와요.”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주든, 이를 배달하는 배달기사든, 그들의 하루 벌이를 결정하는 것은 플랫폼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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