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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스트리밍 시대 ‘저장 기술’은 미래 전력망의 힌트 [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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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서랍 속에서 MP3 플레이어를 4개나 발견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이동 중에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준 추억의 물건인 MP3 플레이어는 버스와 지하철을 각각 두 번씩 갈아타야만 했던 출퇴근 시간을 그나마 즐길 수 있게 해준 도구였다.

MP3 플레이어는 휴대용 음원 재생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나 CD 플레이어와 비교해 부피와 무게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사용자 관점에서 자유롭게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술혁신의 대명사로 불렸다.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며 경영전략 수업의 사례 연구에서도 다뤄졌던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 해당 사업은 대부분 중단됐거나 특정 수요만을 대상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대중적이었던 휴대용 음원 재생기라는 제품군이 사라지게 된 것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의 진화와 더불어 스트리밍과 네트워크 기술 발달 때문이었다. 스트리밍 기술은 파일을 쪼개어 전송함으로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버퍼링 현상이 없는 빠른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을 만나면서 크게 확산했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음악이나 영화 등의 미디어 파일을 본인이 소유하는 기기에 저장할 필요가 없게 됐다. 원하는 파일을 찾아 저장해 놓아야 하는 수고가 사라졌고, 용량의 제약으로 인해 기존 자료들을 삭제해야 하는 일도 이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원하는 때에 접속해 재생 버튼을 누르면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환경에는 더 고도화된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 자체는 여전히 어딘가에 저장돼 있어야 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해도 기술적인 장애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들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같은 저장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사업자가 등장하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역시 이러한 저장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장 기술이 필요하다.

전력산업에서도 저장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는 필요한 수요에 맞춰 발전소들이 전기를 생산하고 전력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우리가 스위치를 올리면 불이 들어오고, 콘센트를 꽂고 전원을 켜면 전자제품이 작동되는 환경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전력망과 분리해 사용할 필요가 있는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제품 외에는 전기를 따로 저장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대규모의 전력 저장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전기를 생산하는 데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있는 일종의 ‘버퍼(buffer)’가 필요하다. 현재는 전력 수요가 적을 때에 전기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하는 ‘양수발전’이나 대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기술이 주로 사용되지만,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저장 방법과 전력망 연계 운용을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지금의 전기 사용 방식을 추억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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