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우위를 보이는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를 둘러싼 리스크, 높은 비호감도가 배경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런 모습은 빅데이터상 나타나는 대선후보 이미지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23일 매일경제가 빅데이터 분석도구 썸트렌드를 활용해 최근 한 달(지난해 12월 16일~올해 1월 15일)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선후보들의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연관 단어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 평가와 부정적 이미지를 담은 표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2위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의혹'이라는 단어가 후보 이름과 함께 많이 언급됐다. 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두 후보가 '의혹'으로 각인돼 있는 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대장동 의혹, 부인 관련 의혹이 강하게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후보는 '음주운전' '욕설' '포퓰리즘' 등의 단어가 연관어로 다수 파악됐고, 윤 후보는 '망언' '허위' 등의 단어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과거에는 대선후보와 연관 지어 떠올리기 어려운 단어, 이미지라는 점에서 유독 이번 대선이 부정적이고 비호감 대선임을 뒷받침한다. 두 후보와 달리 최근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긍정적인 평가와 이미지를 보여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유권자 생각에는…'李는 욕설·무섭다' '尹은 허위·무능해'
SNS상 후보 연관어 분석
한달간 검색어 살펴보니
이재명 '도박' 9만건 최다
아들관련 이슈가 발목잡아
윤석열 '사과' 3만건 차지
최근엔 '무속인' 자주 거론
긍정적 이미지 관련 단어는
이재명 '진심' 윤석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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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선이다. 여야 거대 정당 대선후보들이 경선 때부터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호감' 이미지가 쌓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본인 리스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부인 리스크다. 앞 글자를 따 '본부' 리스크라는 말도 등장했다.
대선이 40여 일밖에 안 남았지만 어느 후보도 대세를 형성하지 못한 채 30% 지지율에 갇혀 있다. '비호감' '대세 없음'은 유권자들 표심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을 거론하거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바이브컴퍼니)를 활용해 조사했다. 후보 이름을 입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그와 함께 언급된 단어(연관어), 그리고 연관어 가운데 긍정·부정적 평가를 담은 단어들을 추렸다. 각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분석 기간은 최근 한 달(지난해 12월 16일~올해 1월 15일)이고, 트위터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글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 후보는 이름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도박', 그 다음이 '의혹'이었다. 한 달간 각각 9만여 건, 6만여 건이었다. 아들의 도박 문제와 대장동 의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포퓰리즘' '논란' '욕설' '불법' 등도 많이 언급된 단어다. 긍정적 단어로는 '진심' '응원' 등이 있었다. 다만 부정적 단어에 비해 건수 자체가 적었다.
6개월 전(지난해 6월 중순~7월 중순)과 비교하면 당시엔 '음주운전'이 가장 많이 거론된 표현이었다. 이 후보의 과거 음주운전 전과 논란이 영향을 준 듯하다. 당시에도 '의혹' '욕설'이 많이 언급됐다.
주목할 대목은 당시 긍정적 단어로 '1위' '잘한다' 등이 있었다는 점이다. 대선 경쟁 초기 지지율에서 이 후보가 앞선 상황이었고 경기도지사로서의 행정력에 대한 평가 등이 이미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 목소리도 들어봤다. 서울 잠실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박 모씨는 이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의혹"이라고 말했다. 또 "본인이 전과도 있고 일가 중에도 전과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60대 이 모씨는 욕설과 관련한 논란을 거론하며 "무섭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마찬가지로 '포퓰리즘' 이미지도 있었다. 경기 성남의 나 모씨(47)는 "이재명하면 돈 준 것, 지원금 나눠준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 모씨는 "재난지원금 등 퍼주기식 공약들이 이젠 반감이 든다"고 했다.
반면 상점을 운영하는 안 모씨는 이 후보의 행정 경험을 언급하며 "이 후보 이미지는 실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한 모씨(54)는 "(경기도)지사를 할 때는 행정력이 좋아서 든든했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되고 보니 한 사람에게 저렇게 많은 의혹이 엮일 수도 있나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이름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사과'(3만여 건)였고,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의혹'도 많이 거론됐다. 또 '허위' '위조' '내로남불' 등 단어도 보였다. 개사과 논란, 고발사주 의혹, 부인 김건희 씨와 관련된 사안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망언' '논란' 등도 있었다. 반면 '잘한다' '진심' 등 긍정적 단어도 보였는데,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단어에 비해 건수 자체가 적었다.
윤 후보는 6개월 전에도 '의혹'이 큰 비중을 차지한 연관어였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모습' '기대' '노력' 등 긍정적 단어가 지금보다는 많이 거론됐다. 6개월 사이 윤 후보의 이미지가 나빠졌음을 방증한다. 요즘에는 윤 후보와 관련된 무속 논란 때문인지 '무속인'도 연관어로 등장했다.
서울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이 모씨는 윤 후보에 대해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져 말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경기 성남에서 만난 20대 김 모씨는 "말실수가 많다. 이런 사람도 대통령 후보인가"라며 씁쓸한 표정을 보였다. 50대 직장인 김 모씨는 "너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무능한 이미지"라고 답했다. 30대 직장인 박 모씨 역시 윤 후보에 대해 "검사를 오래 해서 정치를 잘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후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판단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대학생 문 모씨는 "엘리트 검사인 줄 알았는데 토론을 보니 밑천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대학생 민 모씨도 "삼프로TV(유튜브 채널)를 보고 윤 후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 김지은 인턴기자 / 윤시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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