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나스닥 올해 20% 넘게 떨어질 것" 월가 거물 잇단 경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혼돈의 세계 자산시장 ◆

매일경제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한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주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주요 투자은행별로 새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전망치를 발표할 때 거의 유일하게 하락장을 전망한 곳이 있었다.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44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8.31% 하락했다. 연이은 폭락에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4397.94로 마감했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를 1월이 가기 전에 찍은 셈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 대비 3.26포인트 급등한 28.85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3월 일시적으로 폭락했다. 이후 22개월간 일부 조정이 있긴 해도 끊임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투자운용의 베테랑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루 슬리먼은 22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번 하락장을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하며 장기전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올해 V자 반등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너무 비싼 고성장주가 하락했다고 매수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닷컴 버블기에 비유하며 "투기적 버블이 한번 터지면,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V자 형태의 바닥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기술주에 대한 자산 배분이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앞서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GMO 공동창업자인 제러미 그랜섬도 "우리는 지난 100년 중 4번째 슈퍼 버블에 와 있다"며 "곧 슈퍼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술 분석의 대가인 랠프 아캄포라 알타이라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1년 반 동안 시장은 믿을 수 없는 상태였다"며 올해 20% 이상 하락을 예상했다. 통계학자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담당 디렉터였던 샐릴 메타는 "S&P500지수가 올해 들어 8% 하락했는데, 하락률이 10~14%로 더 커질 확률은 31%이며, 하락률이 30%까지 커질 확률은 약 20%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나스닥지수, S&P500지수의 1월 하락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자 투자자들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폭락 사태 여파로 5대 주식 부호(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은 670억달러(약 80조원) 감소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는 215억달러,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는 200억달러를 허공에 날렸다.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는 104억달러가 줄었다.

이번 하락 장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주요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며 시작됐다. 가입자 수 증가세 둔화 전망으로 시장에 충격을 준 넷플릭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주에는 빅테크들이 실적 발표를 한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마이크로소프트·애플·테슬라·메타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실적 전망치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을 경우 지수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지수 기업의 분기 순익은 평균 5.9% 예상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직후 하루 동안 해당 종목 주가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향후 실적 성장세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26일에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된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좀 더 긴축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완료 시기를 3월에서 더 앞당기거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늘리고, 인상폭을 높이거나 대차대조표 축소 시기를 올해 중반으로 앞당길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올해 첫 FOMC 회의에서 큰 무리를 두는 새로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FOMC 참여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4명이 올해 교체됐기 때문이다. 일단 호흡을 맞춘 뒤에 3월부터는 본격적인 긴축 정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락장에서도 서학개미들의 미국 투자는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상장지수펀드(ETF) 포함) 매수 규모는 2조원에 달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매수 결제액-매도 결제액)은 17억1767만달러(약 2조509억원)로 집계됐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나스닥100지수 등락률 3배를 추종하는 ETF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로 이 기간 3억2379만달러(약 3866억원)를 순매수했다. 이 ETF는 하락 시 지수 낙폭의 3배로 손실이 커진다는 점에서 서학개미들에게 큰 손실을 야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2억2323만달러), 애플(1억6655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6124만달러), 테슬라(1억1875만달러) 등 순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매수가 많았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강봉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