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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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형제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집에서 발견됐다. 구청 공무원이 이들을 ‘발견’했는데, 당시 이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방에는 우유갑, 나무젓가락, 아이스크림 포장지 등이 쌓인 쓰레기 더미가 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자기 집이었지만 아이들은 그곳에 살고 있다기 보다 그냥 방치돼 있었다. 맏아들은 구청 직원에 의해 구조된 후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23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두 아들을 ‘쓰레기 집’에 방치한 혐의로 40대 엄마 A씨를 지난 18일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A씨에 대한 격리조치가 끝난 후 범행 시기와 구체적 혐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2년 넘도록 장기화하면서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 발생 빈도도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천 서구에서는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에게 “살이 쪘다”며 아파트 단지 15바퀴를 뛰게 하는 등 9년간 학대를 일삼아 온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지난 13일 10대 의붓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아동학대 사건의 증가 추세는 통계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만2619건이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2853건, 2019년 1만4484건, 2020년 1만6149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1만9582건으로, 이미 전년 전체 신고 수치를 21.3% 상회했다.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거나 조사받은 사례 수를 의미하는 검거 건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검거 건수는 2017년 3320건, 2018년 3696건, 2019년 4645건, 2020년 5551건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는 8392건으로 급증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가운데 8명은 ‘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가해자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부모가 7689명으로 전체의 83.6%에 이르렀다. 이어 보육교사(438명), 친인척(359명), 교원(202명), 시설종사자(71명) 순으로 많았다. 2020년에도 아동학대 가해자 중 부모의 비율은 77.5%(4780명)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고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정 내 고립이 늘어난 것을 아동학대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 병원, 이웃 등과의 대면 접촉 횟수가 줄어들며 아동학대 사건 자체가 늘어났다”며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부모가 스트레스를 아동에게 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보다 엄격해지면서 이웃 등의 신고가 증가한 것도 통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대학 산하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22’ 보고서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법적 처벌이 강화되면서 검거 건수와 인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부활동 보다는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중대 아동학대 사건 발생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관관계가 밀접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연계해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가정폭력 예방·피해자 지원은 여성가족부가, 아동학대 예방·피해자 지원은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다”며 “가정불화나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아동학대가 거의 같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들 문제를 따로 둬 아동학대 사례를 놓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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