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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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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5000명 조계사 집결 “文정부 종교편향”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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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27개 종단 승려대회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與의원 뒤엔 정부의 종교편향”

文대통령 사과·특단 대책 요구… 참석한 송영길 입장 발표 못해

현 정권의 종교 편향, 불교 왜곡 근절을 요구하는 전국승려대회가 21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다.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을 비롯해 천태종·진각종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소속 불교 27개 종단 승려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대규모 승려대회는 1994년과 1998년 조계종 분규 사태 때 열린 이후 처음이다.

승려대회의 도화선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작년 10월 국감 발언이었다. 정 의원은 당시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 선달’에 비유했다. 불교계의 사과 요구가 빗발쳤으나 정 의원은 거부했다. 이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신 사과했고, 정 의원도 지난해 11월 25일 조계사를 찾아 사과하려 했으나 조계종 측이 방문을 거절해 입구에서 돌아갔다.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가 불거진 건 2007년이다. 그 이전까지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구에서 통합 징수했다. 그러나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사찰들이 문화재 관람료만 걷게 되면서 등산객들과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주요 국립공원의 땅 대다수는 사찰 소유이고 문화재 관리도 스님들이 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을 모두 국유지라고 오해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절에 안 가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많았다. 정 의원 발언은 이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었다.

조선일보

24년만에 대규모 승려대회 "文정부 불교 왜곡 중단하라"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 참석한 승려들이 정부가 종교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이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에서 온 승려 5000명(주최 측 추산)은 문재인 정부에 "헌법의 정교 분리 원칙을 지키고 불교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대규모 승려대회는 1998년 조계종 분규 사태 이후 24년 만이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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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집단행동에 나선 데는 현 정권의 친(親)천주교 성향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는 지난해 11월 ‘종교 편향 불교 왜곡 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취임 직후 청와대 축복식’ ‘교황 만날 때 알현이란 표현 사용’ ‘해외 순방 마지막은 성당 방문’ 등을 사례로 든 바 있다.

이날 승려대회 현장에선 불교계의 누적된 불만이 쏟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불교는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이 종교 간 분쟁 없는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불교계의 헌신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규정한 문화재구역 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며 “이 중심에 정부가 있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고 했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덕문 스님은 “국가는 사찰 소유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를 소유자인 사찰에 떠넘겼고, 수많은 사찰림(林)을 국공립공원으로 강제 편입해 기본적 수행과 신행, 생활이 곤란할 정도의 규제를 겹겹이 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승려대회는 ‘문재인 대통령 사과’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오후 3시쯤 주최 측은 일정에 없던 정부의 사과 메시지를 전한다며 황희 문화부 장관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그러자 승려와 불자들 사이에서 “당장 꺼라”는 고성이 이어졌고 주최 측은 영상을 황급히 껐다. 영상 다음에 입장을 밝히려 했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취소됐다. 정청래 의원도 이날 승려대회를 찾아 사과하려 했지만 행사장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30분쯤에는 조계사 맞은편에서 피켓을 들고 승려대회를 취소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계종 적폐 청산 시민연대’와 ‘조계종을 사랑하는 불자 모임’ 소속인 이들은 “용서라는 불교의 가치를 지키고 정치적 대회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 전날인 20일엔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조계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조계종이 노골적인 대선 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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