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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계획된 연출로 동물 학대”…동물권 단체들, ‘태종 이방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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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작진 고발

‘방송 중단’ 국민청원 4만명 이상 참여


한겨레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참가자가 말 분장을 하고 사고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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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동원됐던 말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권단체의 고발이 이어지는 등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경찰과 동물권행동 카라 설명을 종합하면, 카라는 전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말이 사망한 데 대해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만연해 있는 학대 행위가 우연히 시청자들에게 포착되었을 뿐 이전에도 무수히 많은 동물들이 촬영 현장에서 학대로 고통받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러 왔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라는 “동물 역시 고통을 느끼는 지각력 있는 존재이며 생명은 촬영장에서 쓰이는 소품이나 도구가 될 수 없다”며 “시청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서는 안 될 것이며, 학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 향후 KBS 촬영의 동물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실질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개 동물권단체도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끔찍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태종 이방원’ 드라마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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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동원됐던 말이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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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일 방송된 ‘태종 이방원’ 7화에서 나왔다. 이성계 역을 맡은 배우 김영철이 말을 타고 산속을 달리다가 무언가에 걸려 고꾸라지며 말에서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달리던 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장면은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동물권단체들은 이러한 방식의 촬영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학대 행위라고 비판하며 <한국방송> 쪽에 말의 생존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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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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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은 전날 입장문을 내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은 “시청자분들과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태종 이방원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후 2시께까지 약 4만4천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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