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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실 내실에서 ‘안아달라’… 밤마다 내 방 들이닥치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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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책 펴내 “2차 가해자, 부끄러움 알라”

“그를 애도하는 마음이 모여 나를 향한 공격의 화력이 되는 일은 광기에 가까웠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천년의상상)를 20일 출간했다.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면서 어떻게 자신을 다잡았는지를 썼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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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020년 4월 직장에서 회식 자리가 끝난 뒤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음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김씨가 13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는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책에서 “박 시장은 내실(침실)에서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문자를 보냈고,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면서 나한테도 손톱 사진이나 잠옷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라고 썼다.

김씨는 박 시장이 2018년 6월 3선이 확정된 후부터 심각한 위기의 순간들을 겪었다고 했다. “야한 농담을 하면서 집에 찾아온다고 하거나 시청 침실에서 스킨십을 요구하는 일이 늘어났다. 잠이 들면 그가 현관문을 열고 갑자기 내 방에 들이닥치는 꿈에 시달렸다.”

‘피해호소인’이라는 프레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 박 전 시장 장례, 온라인에서의 신상 공개 등으로 그는 2차 가해를 겪었다. 김씨는 “약자의 보호와 인권을 강조해오던 그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본인들의 지위와 그를 통해 누려온 것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다”며 “주로 정치인, 학자, 고위 공무원, 시민운동가와 같은 권력자에 의해 2차 가해가 자행됐다. 그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는 사람이기를”이라고 책에 썼다.

친여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김씨가 박 전 시장 생일 파티 때 어깨를 만졌으니 ‘추행을 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도 처음 공개됐다. 그는 “어깨에 손을 올린 것은 소셜미디어에 올릴 영상을 촬영 중이라 ‘비서실 공식 카메라’가 있는 쪽을 바라보시라고 자세를 잡아드린 것”이라며 “평소 용변을 본 뒤 손을 닦지 않고 코를 자주 파던 고인의 손을 만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라고 했다.

명절에는 박 전 시장 가족이 먹을 불고기·국 따위를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가져왔고, 현행법상 불법인 전문의약품 대리처방을 받는 등 비서로서 감수했던 부당 노동에 대한 고발도 나온다. 가장 황당했던 일로는 “시장님이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회용 도시락에 담겨진 음식을 일반 식기에 옮겨 담아 차리는 일”을 꼽았다.

그는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썼다”며 “(내가 피해자로서)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너무나 힘겨웠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경찰과 국가인권위가 고소인 주장을 전부 또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없고 정황상 믿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며 “책에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근거들이 제시됐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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