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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재보선 공천의 벽'앞서 멈춘 尹·洪 원팀…尹측 "공은 洪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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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내는가 싶던 윤석열·홍준표 원팀 구상이 20일 ‘3·9 재·보궐선거’ 공천문제란 벽 앞에 멈춰 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당 선거대책본부 합류조건으로 내건 재·보선 지역 추천 인사에 대해 윤석열 대선 후보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양 측이 삐걱대는 모양새다.

윤석열·이준석 갈등을 넘은 윤 후보가 또다시 정치적 고빗길을 만난 셈이다

홍 의원은 지난 19일 윤 후보와의 2시간 30분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선대본부 상임고문 합류 조건으로 전략공천 요구를 내밀었다. 윤 후보의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과 함께 조건으로 제시한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의 일환이었다. 공천 카드는 서울 종로엔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이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내게 힘이되는 세 가지 생활공약(연말정산-반려동물-양육지원)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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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생활공약 발표 뒤 기자들에게 “공천은 공정한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며 “당 공천관리위를 구성해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하는 게 제가 세운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천 문제를 두고 당내 파열음이 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엔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서로 미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출마하는 후보 입장에선 본인이 나가고 싶어 하기 마련”이라며 “그러하기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다 맡기겠다는 것이다. 저는 공천 문제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논란과 선을 그었다.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은 서울 종로와 서초갑, 대구 중·남구,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5곳이다. 다음은 윤 후보와 기자가 나눈 일문일답.

Q : 종로나 대구 전략공천이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만한 조치라는 홍 의원 제안에 동의하나.

A : “글쎄. 훌륭하고 전문성 있는 분이 오면 국정운영에 도움되는 면이 있겠지만, 공천이란 건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어떤 식으로 치를 것인지 국민에게 애티튜드(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Q : 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경선 경쟁자들에게도 연락했나.

A :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선대본부도 관련 입장문을 냈는데, 윤 후보 처가 문제에 대해선 “대국민 선언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공천 문제만큼은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의원은 당의 소중한 어른이자 함께 갈 동반자다. 훌륭한 분들을 추천해줘서 감사하다”라면서도 “추천한다고 무조건 공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새로운 정치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서만 정치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데에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윤 후보 측 인사는 통화에서 “홍 의원의 공천 제안을 국민은 과거의 밀실공천, 나눠먹기 공천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윤 후보가 우려하는 지점”이라며 “선대본부 합류의 공은 이제 홍 의원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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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2021년 11월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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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가 취재진을 만나던 시각, 홍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따로 만났다.

홍 의원은 기자들에게 “나는 취재 대상이 아니다”며 피해 가려다가 ‘국정운영 담보 조치로 공천을 제안한 게 맞냐’는 질문에 잠시 멈춰섰다. 그러더니 “국민이 불안해하니까”라고 입을 열었다. 홍 의원은 이어 “종로에 최재형 같은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깨끗한 사람이고 행정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니까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 증거가 된다. 그래서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최 전 원장은 당 대선 경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 홍 의원 경선 캠프에 영입됐다. 홍 의원이 대구 중·남구에 전략공천을 제안한 이 전 구청장은 경선 때 홍 의원의 대구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홍 의원은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나.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며 윤 후보 측 인사들에 대해 불쾌감을 표출했다.

당장엔 빨간 불이 켜졌지만 '원팀 구상'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건 아니라는 기류가 양 측 모두에서 강했다. 윤 후보 측에선 보수 결집을 위한 홍 의원의 도움이 필요하고, 홍 의원도 윤 후보가 내민 손을 마냥 뿌리치긴 힘들다. 윤 후보와 당 지도부가 홍 의원의 공천 요구 중 일부를 결과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최 전 원장을 따로 만났다. 회동 뒤 윤 후보는 웃으며 기자들에게 “최 전 원장이 조건없이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 전 원장도 “종로 출마 건으로 홍 의원과 상의한 적이 없다”며 “지금은 정권교체에 집중해야지, 어디를 출마한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尹, “소득세 인적공제 확대”= 윤석열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세, 반려동물, 보육과 관련한 생활 밀착형 공약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먼저 근로소득세 인적공제의 본인 기본 공제액을 1인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코로나 19가 종식될 때까지 식비와 숙박비, 유류비, 교통비에 대한 공제율을 2배로 올려 세금 부담을 연 450억 원가량 덜어주겠다고 공약했다. 신용카드 공제 한도는 일괄적으로 50% 인상해 세금 부담을 연 750억 원 덜어주겠다고도 했다.

또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동물복지공단을 설립해 주요 반려동물이 자주 걸리는 질환에 대해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표준수가제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육 공약으로는 친환경 무상 점심 급식비 월 6만원(영아는 5만원)을 모든 유형의 보육 시설과 유치원에 추가 지원하고, 부모가 부담하는 조식비와 석식비도 지원해 ‘하루 세끼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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