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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스크 벗는다” 존슨의 승부수… 의료계 ‘묘수’ 아닌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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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음주부터 마스크 벗고 백신패스 해제

파티 게이트로 퇴출 위기 놓인 존슨 총리 승부수 던져

당내 불신임과 냉담한 여론 돌려세울 ‘묘수’ 될까

의료계는 우려 표명

세계일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 시간에 발언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중 파티 참석' 논란으로 의회에서 사임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런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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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거짓 해명’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 등 방역규제 해제를 승부수로 던졌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사임을 바라는 여론이 여전한 데다 보수당 지지율도 하락하면서 난국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존슨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적으로 정점을 찍었다”며 “다음주 목요일부터 영국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재택근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나이트클럽과 같은 공공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패스 없애고 마스크 벗는다

존슨 총리는 ‘플랜B’를 종료하고 오는 27일부터 ‘플랜A’로 돌아간다고 발표했다. 플랜B는 지난달 초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고 ‘부스터샷’(추가접종) 확대를 위해 도입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 권고, 대형 행사장 백신패스 등이 담겼다.

아울러 존슨 총리는 오는 3월24일 코로나19 관련 법이 만료되면 자가격리 의무도 없앨 것을 시사하면서, 그보다 날짜를 앞당길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독감이 걸려도 자가격리할 의무는 없다”라고 말하며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취급할 의향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주의를 당부했다. 마스크 착용과 백신패스 의무는 없어지지만 붐비는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여전히 권고하고 백신패스 적용도 사업장이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바로 지하철·버스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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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공공장소와 학교에서 마스크가 더는 의무가 아니며 백신 패스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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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파티로 코너에 몰린 존슨

‘일상 회복’ 선언은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자 존슨 총리가 국면 전환용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존슨 총리는 이날 의회 총리 질의·응답(PMA)에서 파티 게이트로 맹공을 당하며 진땀을 흘린 뒤 곧이어 방역규제 해제를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2020년 5월20일 방역 규칙을 위반하고 관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렸다. 존슨 총리는 지난 12일 의회에 나와 업무상 모임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총리가 경고를 미리 들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거짓말 의혹도 제기됐다.

이튿날 지난해 4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총리실 직원들이 술판을 벌였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여당 내에서도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존슨 총리는 최소 13회에 걸쳐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존슨 총리를 향한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 텔레그래프는 불신임 요구 서한을 보낸 의원이 1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보수당 의원 360명 중 15%인 54명 이상이 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로 서한을 보내면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 절차가 시작된다. 대부분 의원은 파티 게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수 그레이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움직일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도 싸늘하다. 이날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런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67%)이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당(23%)과 노동당(55%)의 지지율 차이는 32%포인트로 유고브가 12년간 진행한 조사 중 최대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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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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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전히 위험하다”

존슨 총리의 방역규제 해제 ‘카드’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표했다. 존슨 총리는 과학자들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났다고 본다고 전했지만 의료계는 방역규제 해제로 보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4일 21만8376명으로 역대 최다를 찍고 감소세를 보인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10만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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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국립 코로나19 추모 벽에서 한 여성이 사랑의 하트 메모지에 고인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런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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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드 나그폴 영국의학협회(BMA) 협회장은 “여전히 감염·질병 수위가 높고 의료시설이 파괴적 압력을 받는 판국에 존슨 총리가 안전불감증을 부추길 위험 수를 두고 있다”며 “방역규제를 모두 해제하면 전체 사회에 감염자 수가 다시 늘어 입원율이 불가피하게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날 “오미크론이 평균적으로 덜 심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벼운 질병이라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서 “어떤 나라도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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