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저희 남편은 2021년 9월 7일 생을 마감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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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던 남편이 별점·리뷰 테러로 폐업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글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희 남편은 2021년 9월 7일 생을 마감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망한 자영업자의 아내라며 실명과 나이를 공개한 작성자 A씨는 “저희 남편은 음식점을 운영했으며, 항상 청결과 맛을 1번으로 할 만큼 성실히 운영했다. 자리잡기 전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다”며 “빚만 쌓여가던 중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시작했고, 우연히 한 맘카페 회원이 글을 올려줘 그 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장사가 잘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 한 손님으로부터 어이없는 요청을 받았다. 앱으로 시킨 뒤 요청사항에 ‘매운 것 잘 못 먹으니 짬뽕을 최대한 안 맵게 해달라’고 썼더라”라며 “저희는 최대한 안 맵게 보내드렸는데 이후 전화로 ‘적당히 안 맵게 해야지 이건 너무 안 맵다’며 별점 1점을 달고,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카페에 안 좋은 글을 올리겠다고 겁을 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죄송하다 사과부터 드렸고, 다음에 한번 시키면 음식 값을 받지 않을 테니 용서해달라고 했다. 보통 1인 세트만 시키던 분인데, 그 다음날 짜장면 5개와 차돌짬뽕 4개, 탕수육, 깐쇼새우를 시키더라. 실수하셨나 싶어 주문 확인 차 전화를 드렸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고객은 “남편이랑 둘이 먹을 건데 다음 주문 공짜로 해준다고 하길래 먹고 싶은 것을 다 시켰다. 남으면 남겨뒀다 먹을 거니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손님 정말 이건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A씨는 “그 후 다시 가게로 전화가 왔다. ‘내가 우수회원이라고 했지? X될 준비나 하고 있어라’라며 끊더니, 별점 1점으로 도배가 됐다. 평균 4.9점이었는데 2.1점으로 폭락했다”며 “배달이 늦는다거나 음식 맛이 없다거나, 스티로폼이 나왔다는 리뷰가 달렸다. 단골들 말곤 아무도 저희 가게를 찾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몇 달 간 쌓이다 보니 결국 가게는 문을 닫았고, 남편은 한 달도 못 버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엔 그냥 ‘OO아 정말 미안해. OO랑 OO 잘 부탁해. 고마워’라고 짤막하게 적혀있었다”며 “법적절차를 밟아봤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되었고, 저흰 아직도 조리실 내부 CCTV를 영구보관 해놓은 상태다.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세상에 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너무 안타깝다”, “왜 저런데 힘을 쏟아서 사람을 죽게 만드나” 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고,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 만큼 조작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식점 리뷰가 거짓이면 업무방해죄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소비자가 사실을 전제로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했을 경우에는 시장에서 누가 잘못했는지를 평가해야 되는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업주를 평가하지만, 업주도 소비자를 평가할 수 있는 쌍방향 평가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A씨가 글에서 밝힌 “법적절차를 밟아봤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승 연구위원은 “가해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이 된다”며 “피해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는 주장은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가 사망했으면 경찰이 그 전제가 되는 글이 얼마나 악의적인지를 더 살펴봤을 것”이라고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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