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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스님, 법사 그리고 도사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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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캠프 개입 의혹 ‘건진법사' 논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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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도사와 법사는 어떻게 다를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아무개씨에 대해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조차 ‘그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17일 무속인 선거 참여 논란이 일자 “그분이 무속인이 맞느냐”며 “당 관계자한테 소개를 받아서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스님인 것으로 알고 있고, 법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도 전씨가 무속인인지, 스님인지 헷갈리는 셈이다. 국민의힘 공보단도 “보도에 거론된 전아무개씨가 무속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 직책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무속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불교계 인사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불교종정협의회라는 단체나 전씨가 재직했다는 일광조계종은 불교계 인사들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단체로, 일광조계종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30개 종단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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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에서 법사는 불법(불교진리)을 설파하는 설법 승려를 의미했다. 법회에서 설법을 하는 승려에 대해 사찰에서는 ‘법사 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불교계에서도 법사는 재가 거사 가운데 수행 단체를 이끌거나 설법할 수준에 이른 이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법사라는 호칭은 불교계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다. 민간신앙에서는 독경의례를 하는 이를 법사라고 불렀다. 애초 법사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점을 치는 판수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민간신앙에서 법사는 신내림을 받아 되기도 하고, 스승 법사에서 전해 받기도 했다. 따라서 사실상 무속인인 셈이다. 법사들은 굿과 독경 외에도 사주, 택일, 작명, 풍수, 지관 등에서 폭넓게 활동해 왔다.

무교와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고조선까지는 무교가 지배적인 종교로 알려져 있으나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불교가 국교가 되면서 무교는 지배 권력을 상실하고 민간문화와 불교 속으로 스며들었다. 초기 불교나 다른 나라 불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산신과 칠성, 용왕 등을 사찰에서도 모시는 문화가 대표적이다. 조선시대엔 불교도 유교에 밀려 지배 권력을 상실하고 도성의 사찰들이 폐쇄되고, 승려들이 산중이나 시골로 들어가면서 민간과 더욱 함께하게 됐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등이 미신타파를 주창하며 무교를 탄압해 무속인들이 사찰을 표방하거나 승복을 입고 사실상을 점을 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를 만나게 해준 것으로 알려진 일명 ‘무정 스님’도 불교 종단의 스님이 아닌 역술인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무속인과 역술인들이 ‘스님’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조계종 등 불교계는 속앓이만 할 뿐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에서도 이에 관여할 근거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종교단체를 문화체육관광부가 등록허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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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1월10일 오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서울민속학회 주최의 새해맞이 서울천신큰굿에서 나라의 안정과 국민의 평안을 빌고 있는 박수무당의 모습. 사진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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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무개씨의 경우 통상 불교계 승려들처럼 삭발도 하지 않고 승복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바치는 행사를 주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생을 금기시하는 불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행위다. 그런 그가 불교나 스님이라는 이름을 내세워도 종교의 자유가 허용된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이를 제지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윤 후보를 둘러싼 무속 논란에서 법사 외에 또 자주 등장하는 호칭이 도사다. 16일 공개된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녹음 파일’에서 김씨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원래 도사란 ‘도교 승려’를 이르는 말이다. 고구려와 고려시대엔 우리나라에도 도교의 영향으로 도사가 있었으나 조선시대 도교 사찰인 도관이 혁파되면서 도사들이 사라졌다. 대신 도교를 숭상하는 이들은 산속으로 은거해 단(丹)을 수련하고 내공을 닦기도 했다. 이처럼 소수의 은둔 수련자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도교의 도사는 사라졌으나 이른바 풍수, 사주를 보는 이들과 무속인들을 도사로 일컫기도 했다. 김씨 주변에서 도사 혹은 법사로 불리는 인물들은 불교 스님들과는 거리가 먼 역술인 혹은 무속인들로 보인다.

도사나 법사라고 불리는 산중 은자라고 해도 실력과 내공을 지니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불교계 주요 종단인 조계종이나 천태종, 진각종 등은 매 단계마다 반드시 거쳐야할 교육이 있고, 시험도 통과해야하고, 계율을 어길 경우 처벌도 받지만, 법사나 도사로 불리는 무속인과 역술인들은 단일한 체제가 없이 감시를 받거나 통제를 받지않는다. 따라서 그의 실력이나 사이비 여부를 누구도 검증할 수 없어 균일성이 없다. 그래서 위험성이 더 큰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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