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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르포] “1주라도 받고 싶다”... IPO 기록 다시 쓴 LG엔솔, 청약 첫날부터 역대급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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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밥도 못 먹고 8시 30분부터 기다렸어요. 다들 이것만큼은 공모 청약하라고 해서요.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하고 이 나이 먹고 난생처음 해봐요.


올해 첫 기업공개(IPO)이자 역대급 흥행이 점쳐지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 청약이 18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에 있는 KB증권 대치금융센터는 객장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별도로 마련된 대기실에도 고객들이 들어찼고, 급기야 객장 뒤편에 추가로 의자가 설치되기도 했다.

30여명의 고객들은 이번 청약이 역대급이 될 거라는 소식에 주간 증권사들의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 직원 한 명은 수월한 일처리를 위해 들어오는 고객마다 “청약하러 오셨어요? 어플은 설치하셨나요?”라고 물으며 분주히 고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지점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비대면(온라인) 청약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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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KB증권 대치금융센터 내에서 고객들이 공모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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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치금융센터에서 만난 김옥순(가명·68)씨는 “1주라도 받으면 몇 십만원이라도 번다고 해서 공모 청약에 도전하는데 어플 설치가 너무 어려워서 직접 찾아왔다”면서 “집에 애들이 있으면 애들이 깔아줄텐데 노인네가 어떻게 알겠냐”고 말했다.

KB증권 대치금융센터 관계자는 “청약 시작 시간이 10시인데 오전 8시부터 고객들이 밀려왔다”면서 “청약 시간을 잘 모르는 분들도 있었지만, 일단은 와서 다른 업무 보면서 기다리겠다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는 청약 전 막판 계좌 개설 때문에 고객들이 150명 이상 몰리기도 했는데 오늘과 내일 청약 때는 몇 명이나 올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오전 11시쯤 만난 70대 박모씨는 “1주라도 받으면 돈을 버는 건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면서 “청약이 내일까지니 남편에게도 권할 생각”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찾은 대신증권 광화문센터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꾸준히 공모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이 방문했다. 대기 순번표를 뽑은 고객 10여명은 연신 안내문을 들여다보며 본인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명이 적힌 자켓을 입은 이영수(50·가명)씨는 “동료들이 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 청약 했다고 해서 부랴부랴 왔다”고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경쟁률이 낮게 측정되긴 했지만 경쟁률은 청약액수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라며 “균등 방식은 액수보다는 건수가 중요해서 마지막날이 돼봐야 정확한 경쟁률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에 발생했다고 알려진 시스템 오류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청약 신청이 몰리면서 서버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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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종로구 대신증권 광화문센터에서 고객들이 공모주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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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전부터 역대급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신규 계좌 개설 규모가 지난해보다 2~3배 증가하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기관수요예측 조사에서는 경쟁률 2023대 1과 주문액 1경5203조원을 기록하며 IPO 기록을 다시 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1062만5000주를 대상으로 오는 19일까지 이틀 동안 일반 청약을 받는다. 청약 물량 가운데 50%는 모든 청약자를 대상으로 균등 배정하고, 나머지 50%는 비례 배정으로 배분한다.

증권사별 물량은 KB증권이 486만9792주로 가장 많고,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243만4896주다.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22만1354주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통합 경쟁률은 26대 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거금으로는 25조원 이상이 들어왔다. 청약 첫날부터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균등 배정을 통해 1주도 받지 못하게 된 증권사가 이미 나왔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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