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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는 적폐" MB 때리던 文정부, 올 28조 역대최대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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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시대착오적이라고 과거 정권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보다 더 많은 SOC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SOC 예산은 2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8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SOC 예산은 지난해(26조5000억원)보다 5.7% 많다. 2018년 19조원, 2019년 19조8000억원, 2020년 23조2000억원 등 4년 내리 전년보다 예산을 늘렸다. 문 정부가 ‘토건 적폐’라 폄훼한 이명박 정부 때의 SOC 연예산(2010년 25조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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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사상 최대 기록한 SOC 예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분야별로는 일반철도안전 및 시설개량이 1조1304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도로안전 및 환경개선(9174억원), 도시재생사업(8630억원), 도로유지보수(7733억원), 민자도로건설지원(737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함양-울산고속도로ㆍ이천-문경철도ㆍ포항-동해전철화 등 신규 교통망 확충, 울산신항ㆍ새만금신항 개발, 하천 정비, 주차환경 개선 등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재정 우선순위를 SOC에서 사람으로 바꾼다며 SOC 투자 축소를 예고했다. 당시 국회에 제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SOC 예산을 연평균 7.5% 감축해 2021년에는 16조2000억원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문 정권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주중대사는 2018년 8월 국회에서 “우리 정부 들어서는 고용이 많이 느는 SOC 사업이나 또는 부동산 경기 부양이나 이런 정책을 일절 쓰지 않고 그런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다”라고까지 했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시도한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된 정부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문 정부가 처음으로 예산을 짠 2018년에는 SOC 예산이 19조원으로 전년보다 3조1000억원(14%)이나 줄었다. 당시 예산 전체적으로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했지만, SOC 예산만큼은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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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산 투입이 많은 20개 SOC 사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경기가 침체하고, 고용이 악화하면서 문 정부는 결국 SOC에 눈을 돌렸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등의 여파로 2018년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고, 건설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며 “당시 재정 당국에서 쓸 수 있는 확실한 반전 카드는 사실 SOC 투자가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SOC 의존도를 높인 또 다른 이유다. 가라앉은 내수를 단기적으로 띄우고 고용을 늘리는 데 SOC만한 ‘특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은 다른 산업보다 노동소득 분배율과 후방 연쇄효과가 가장 크다. 건설 부문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당 13.9명)도 전기 및 전자기기(5.3명), 자동차(8.6명) 등을 웃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SOC 예산을 늘린 것은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권 초기 SOC 사업을 적폐로 규정하고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니 정치적인 목적이 깔렸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문 정부의 SOC가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디지털ㆍ안전ㆍ생활환경 분야에도 투자해 종전 토목 중심 SOC와는 차별화된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하지만 올해 투자금액이 많은 상위 50개 사업을 보면 예전처럼 도로ㆍ철도ㆍ시설 등을 새로 건설하거나, 개선하는 사업이 주를 이룬다.

배준영 의원은 “정부 입장에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기존 SOC를 생활형SOCㆍ디지털SOC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예산을 늘려왔다”며 “과거 정부의 SOC에 대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이젠 필요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꼭 필요하고 시급한 사업 위주로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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