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당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시켰다. 네트워크본부는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모씨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조직이다. 재점화하는 무속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선대본부 산하 조직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野 "악의적 소문 근본 차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시간부로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아시다시피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정치 입문 무렵부터 함께한 조직으로 해산 조치는 당연히 후보의 결단”이라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권 본부장은 “앞으로도 악의적인 오해 내지 소문과 관련해 후보에게 계속해서 피해 내지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은 계속 제거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조직 해산은 전씨의 고문 활동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 본부장은 “고문이란 건 자기가 알아서 쓴 명칭”이라며 “당에서 공식적으로 직함을 준 적이 없다. 소문처럼 여러 가지 부문에 관여했다는 것도 저희 점검에 따르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소문이 단순히 자연 발생적으로 퍼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근본적인 차단을 위해선 네트워크본부 해산이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네트워크본부 해산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 안팎에선 “재점화하는 무속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윤 후보의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가 적힌 영상이 확산되며 윤 후보가 무속인의 판단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윤 후보는 “이웃 주민이 써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종교계와 중도ㆍ무당층 민심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캠프 내에 많았다.
━
與 "윤핵관은 무당, 왕윤핵관은 김건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건진법사 전씨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를 ‘왕윤핵관’으로 규정하며 연일 ‘무속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윤핵관은 무당이고 왕윤핵관은 부인인 윤 후보의 무당 선대본부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주요 인재는 전씨의 면접을 보고 난 뒤에 합류가 결정된다’는 윤 후보 캠프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된 후 많은 국민께서 대경실색하고 있다. 최순실의 오방색도 울고 갈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국민은 주술과 무당에게 홀려 국사를 결정하는 나약한 지도자에게 단 한표도 아까워한다”며 “윤 후보가 집권 시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제2무속실’을 설치하는 게 아니냐는 시중의 얘기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부인 보좌 기능의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을 비꼰 것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전날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데 샤먼(무당)이 전쟁을 결정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지 않느냐”면서 “21세기는 현대 사회이고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샤먼이 (국정)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권영세 본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이재명 후보가 영화를 좋아하신다고 하는데, 저도 조폭 나오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영화 아수라 같은 경우 조폭들이 아주 전면적으로, 성남시와 비슷한 시정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그 과정에서 살인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에 들어가는 나라”라며 “이런 나라에서 조폭이 국정에 관여하거나 개입하거나 청와대를 무상으로 드나드는 나라가 돼선 절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의 ‘조폭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역공을 가한 셈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