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김건희, 미투·정치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인식... 천박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개된 김건희 통화 녹음 파일 듣고
"김씨, 캠프에 깊게 관여한다는 느낌"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내용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해 "'미투'나 정치는 '돈으로 협박, 회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아주 천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날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통화 녹음 파일에 관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보도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 정도 가지고 그렇게 난리를 쳤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차분하게 되짚어 보면 '상당히 심각한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보수는 바람 피워도 돈으로 입을 막기 때문에 문제가 안 생긴다'는 얘기였다"고 했다. 여성 피해자들을 돈으로 입막음할 수 있는 존재로 "능멸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편"이라는 대목에서 윤 후보의 문제적 인식이 드러났다고 짚었다.

우 의원은 "김씨가 캠프의 실세라고 느꼈다"고도 말했다. 우 의원은 김씨가 통화 상대방인 서울의소리 기자 이 모씨에게 "1억 원을 줄 테니 캠프에 오라", "정보 파트에 꽂을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캠프 구성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시킨 것이 실세임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쪽에 와야 네가 득이 되지, 그쪽에 있음 이재명이 챙겨주나", "권력 무섭다"는 김씨의 말은 회유와 협박이며, 김씨가 선거에 상당히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김씨가 선거 캠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국민의힘 공식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우 의원은 "미투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주로 돈에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이런 표현을 써서 되게 죄송합니다만 좀 천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제3의 사무실에서 교육이라는 형태로 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씨, 도사들과 삶에 대해 얘기한다... 국힘 경선 무속 논란 고백한 셈"

우상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인 김어준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우 의원은 김씨에 대해 "보수의 대표로서 보수의 가치를 높이 세우기보다는 능멸하면서 비난, 비하하는 표현을 자주하는 것이 되게 특이했다"고 평했다.

그는 녹취 파일에서 김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측도 보수", "홍준표를 까는 게 더 슈퍼챗(유튜브 채널 실시간 후원금)은 많이 나올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먹을 것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 등의 발언을 겨냥했다.

또 우 의원은 김씨가 이른바 '쥴리' 의혹을 부인하며 "도사들과 주로 삶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한 것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무속 논란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고 봤다. 윤 후보는 지난해 경선 토론회 중 한자로 '왕(王)' 자가 쓰인 손바닥이 드러나 '주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우 의원은 "개인적으로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 차원에서 들여다본 것은 괜찮지만, 정치적 결정과 판단, 사람에 대한 판단을 의지하게 되면 주술의 의지로 국정이나 정치를 돌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