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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레카] 정치풍자 코미디 SNL / 권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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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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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시즌을 맞아 정치 풍자 코미디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를 풍자한 <에스엔엘(SNL) 코리아>의 지난해 12월26일 ‘도리도리 포즈’와 ‘아들 도박’ 등을 빗댄 첫회 유튜브 공개분은 16일 현재 조회수 170만회, 그리고 김건희씨의 기자회견(l Believe)을 풍자한 지난 2일 2회분은 80만회를 넘겼다.

에스엔엘 코리아는 미국 <엔비시>(NBC)의 코미디 버라이어티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를 판권 수입한 프로그램이다. ‘원조 에스엔엘’은 1975년 시작돼 현재 시즌 47에 이른다. 에스엔엘은 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하며, 특히 대선 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조지 H.W. 부시 등 풍자를 당하는 정치인들이 카메오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에스엔앨의 풍자가 그 때문에 위축되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가 첫발을 뗀 건 노태우 정부 때였다. <유머 1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그리고 3김과 노태우·전두환의 성대모사를 한 최병서의 ’따따부따’ 등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로도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엘티이(LTE) 뉴스’,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봉숭아 학당’ 등이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등을 풍자한 <티브이엔>(tvN)의 ‘에스엔엘-여의도 텔레토비’로 모기업인 시제이(CJ)가 된서리를 맞으면서 한동안 무대 아래로 사라졌다. 이후 에스엔엘 코리아는 정치 풍자 대신 신동엽 중심의 섹스 코미디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러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에야 다시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치 풍자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과거 같은 정권의 물리적 압박 때문이 아니라, 정치가 ‘팬덤화’ 되면서 정치적 지향이 다른 시청자들로부터 ‘맹폭’ 당하는 또 다른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에스엔엘 코리아 리부트>는 방송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이어서 표현 수위가 좀더 높아졌다. 정치 풍자 코미디는 그 나라의 정치와 문화, 그리고 유머의 수준을 반영한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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