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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법무부 홈페이지는 박범계 장관 홍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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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독일 베를린과 하노버를 방문했다. 특히 박 장관은 13일(현지 시각) 오후 5시부터 오후9시까지 하노버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4시간 간담회를 가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1998년10월부터 2005년11월까지 독일 총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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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법무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모습이 찍힌 사진과 보도자료가 가장 처음 걸려 있다./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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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홈페이지에 박범계 홍보 열중

법무부는 박 장관과 슈뢰더 전 총리의 만남에 대해 지난 14일 “슈뢰더 전 총리 관저에 방문하여 슈뢰더 전 총리 내외의 환영을 받았다”며 “슈뢰더 전 총리는 우리 민요 아리랑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관저 한쪽 벽에 전시된 역대 독일 총리들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고 했다. 또 “박 장관과 슈뢰더 전 총리는 함께 하노버의 유일한 한식당을 찾아 남북 관계, 탈 원전, 탄소 중립, 중소기업이 견인하는 경제성장 정책, 사회 통합 정책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등 우의를 다지고 우리나라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박 장관과 슈뢰더 전 총리와 환하게 웃으며 찍은 기념 사진 등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걸었다. 홈페이지 메인에는 박 장관의 그간 활동이 담긴 사진 5장이 크게 걸려 있다. 법무부는 올해 들어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면서, 이처럼 메인 화면 구성을 바꾼 것이다.

15일 오전 기준 가장 최근 법무부 보도자료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슈뢰더 전 총리, 아리랑 연주와 한식으로 함께 한 남북 관계 법제화 등 논의’ 제목의 보도자료다. 외교·정책적인 것보다는 ‘슈뢰더’ ‘아리랑’ ‘한식’이 주된 내용인 것이다.

부처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가장 처음 뜨는 메인 화면은 그 부처의 얼굴이다. 법무부 홈페이지를 두고 관가와 법조계에선 “법무부 홈페이지가 박 장관의 활동 홍보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21대 현직 국회의원 신분(대전 서구을·3선)으로 법무부 장관에 갔다. 그는 작년 2월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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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각 부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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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처는 어떨까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장관으로 일하는 사람은 박 장관을 제외하면 5명이 더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서울 구로갑·3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경기 안산 상록갑·3선), 한정애 환경부 장관(서울 강서병·3선), 권칠승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경기 화성병·재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서울 양천갑·재선)이다.

이들 장관이 재임 중인 부처 홈페이지 메인엔 박 장관처럼 장관 활동 사진이 크게 걸려 있진 않다. 통일부의 경우 이인영 장관이 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과 학술회의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 2개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정책 관련 홍보물이다. 행안부 등은 홈페이지 메인에 장관 사진을 크게 걸지 않았다. 홈페이지 내 장관 동정란이나 사진 뉴스 등에 작게 사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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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교육부 홈페이지 메인(왼쪽부터)/각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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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원 출신 김부겸 국무총리·유은혜 교육부 장관(사회부총리)도 비슷하다. 국무총리실 홈페이지엔 김부겸 총리 사진이 크게 있긴 하다. 그러나 주로 코로나 방역 관련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 주재 사진이 많았다. 교육부는 홈페이지 하단 사진·영상 뉴스에 유은혜 장관 활동 사진을 주로 담았다.

외교부는 정의용 장관과 스리랑카 외교부 장관 회담을 메인 사진으로 걸긴 했지만, 이는 상대국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다. 국방부는 서욱 장관 사진을 3개 크게 실었다. 두 개는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 회담과 미국 하원의원단 접견 사진으로 역시 상대국 예우 차원이다. 다만 하나는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 관련 부대 방문인데, 이는 군부대 문화와 관련이 있다. 서 장관은 육군 참모총장 출신이다. 군은 통상 군 내부망에 있는 각 부대 홈페이지에 지휘관의 예하 부대 순시, 지휘 사진을 많이 올린다. 국방부도 그런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각 부처가 장관의 정책과 관련한 정책 홍보 사진을 싣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박 장관처럼 ‘국내 현안’과 크게 관련이 없는 장관 사진을 메인에 크게 싣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가에선 “법무부가 다른 부처보다 유독 부처가 아닌 박 장관을 돋보이게 하는 홍보를 하는 것 같다”는 평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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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이 서울소년원에 방문해 세배를 받고 있는 모습./유튜브 법무부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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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추미애와 ‘닮은꼴’ 행보

박 장관의 장관 취임 후 이런 행보는 민주당 5선 의원이자 당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닮았다는 말이 나왔다. 앞서 추미애 전 장관은 김오수 당시 차관(현 검찰총장)과 2020년 2월 서울소년원에서 재소자들에 세배를 받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도 추 전 장관과 비슷하다. 박 장관은 작년 3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수사팀이 위증 교사를 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결국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팀은 혐의 없음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작년 말 국회에서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는 추 전 장관의 2020년 모습과 유사하다. 그는 ‘채널A 사건’ 관련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하고, 수사 전권을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에 몰아주는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전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의 사퇴 후 취임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비판적인 언사를 여러 번 하면서, 윤 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추·윤 갈등이 결국 윤 총장을 정계에 진출, 야당 대선 후보로 나서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의 첫 수사 지휘권 발동은 노무현 정부 시절 16대 현직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법무부 장관에 간 천정배 전 의원이 했다. 그는 취임 직후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구속을 지시했다가 김종빈 당시 총장과 갈등을 빚었고, 김 총장 사퇴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공교롭게도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전·현직 법무부 장관 세 명 모두 민주당과 그 전신인 열린우리당 출신 정치인 출신이다.

인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도 추 전 장관과 닮았다. 추 전 장관은 작년 초 ‘윤석열 사단’ 검찰 인사들을 좌천한, 이른바 ‘인사 대학살’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장관은 3월 대선을 앞두고 2자리가 공석인 검사장 승진 인사를 예고했다. 청와대가 ‘대선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검사장 승진 인사를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장관은 21일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검사장 인사를 강행할 뜻을 비쳤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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