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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1일 발령' 뭐길래…성남FC 재판서 벌어진 검사 vs 판사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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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검 소속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중 직무대리 발령도 가능하다는 겁니까? (허용구 재판장) "

지난달 3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 허용구) 법정에선 재판부와 검찰 간 진기한 공방이 벌어졌다. 다른 청 소속 검사가 성남FC 재판 때마다 성남지청으로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 업무를 보는 것이 적법한지를 두고 30여 분간 설전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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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직권남용·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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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후원금 사건의 1심 재판은 법원 두 곳이 나눠서 한다. 하나는 서울중앙지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다(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병합사건). 다른 하나는 뇌물 혐의의 공여자 측인 네이버·두산건설 등의 전직 임원과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에 대한 재판으로 성남지원에서 열린다. 핵심 의혹은 이 대표가 2014~2018년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 시절 기업들의 각종 인허가 해결 등을 대가로 133억여원의 불법 후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허 재판장은 이날 재판에서 정승원 부산지검 검사, 신주희 서울중앙지검 검사, 정지수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가 성남지청으로 하루 발령을 받아 성남지원 공판에 출석하는 것이 ‘적법한 직무수행인지’ 따져보자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달 21일까지 검찰과 변호인 측에 각각 ▶적법한 직무대리 발령인지 ▶아니라면 소송권한 없는 검사가 한 소송행위가 무효인지 ▶이런 무효행위를 유효행위로 추인(追認·법적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 등 3가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직무대리 발령은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냐”는 재판부 질문에 검사 측은 “한 달 단위로 검찰총장 명의로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검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면서 성남FC 공판이 있을 때마다 매번 성남지청에 ‘1일 직무대리 검사’ 발령을 받고 공판에 나온다”고 답했다. 세 검사는 각각 지난해 1월과 9월, 올해 7월부터 이 사건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 원소속이 각각 부산지검, 경주지청인 정승원 검사와 정지수 검사는 1차로 서울중앙지검에, 2차로 성남지청에 두 번 발령받은 형태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성남의 성남FC 재판에 참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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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성남지원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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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게 왜 문제”…정진상이 같은 주장했던 전례도



1일 검찰 내부는 “재판부가 이러는 것은 처음 본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검찰청법과 검찰근무규칙에 따른 문제없는 업무 수행이란 것이다. 검찰청법 5조는 ‘수사에 필요할 때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검찰근무규칙 4조는 ‘검찰청의 장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관할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에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같은 직무대리 발령이 흔하진 않지만, 세 검사 모두 성남FC 수사 참여 검사”라며 “검찰 인사가 2년 주기인데, 복잡한 사건의 수사·재판이 길어지면서 기존 담당자가 투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사·변호사는 바뀌면 변론을 갱신하거나 기일을 미뤄주는데 검사는 그런 것도 없다”며 “고육지책 격인 1일 발령까지 편법 취급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재판부가 언급한 ‘추인’은 위법성을 전제한 건데 납득하기 어렵다”며 “(허 재판장이) 검사도 해보셔서 사정을 알 텐데, 기록 검토나 의견서 작성 등 내부 협업조차 일일이 직무대리 발령을 받으란 것이냐”고 토로했다. 허 재판장의 “공판기일 외의 날짜에 의견서 관여하고 재판 준비하는 건 (발령이 없으니) 위법 아니냐. 부적절하다면 검찰 스스로 시정하라”는 발언에 대해서다. 허 재판장은 2001~2006년 검사 생활을 하다 2007년 판사로 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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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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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발령’ 검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최근 이 대표 관련 다른 재판들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가 연 지난 8월 20일 대장동 재판에선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제출한 ‘타청 검사의 공판 관여는 위법하다’는 의견서가 재판부에 의해 배척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항소심을 진행 중인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는 9월 26일 재판에서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 서류를 검토한 뒤 ‘앞으론 안 내도 된다’는 취지로 양해해주기도 했다.

성남지원의 성남FC 재판은 검찰 측이 불러야 할 증인이 400명을 웃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심만 5년 걸려 ‘재판 지연의 교과서’가 된 사법농단 사건에서 채택됐던 증인의 4배에 달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피고인이 증거 대부분에 부동의한 탓에 허위일 가능성이 낮은 공문까지 작성자를 하나하나 불러 ‘실제 작성했다’는 증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게 재판부 요구”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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