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투표권법 설득 나섰지만 민주당도 분열
러시아, 쿠바·베네수엘라에 군사력 배치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투표권법 통과와 관련해 민주당 상원의원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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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13일(현지시간)은 악몽 같은 하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와 투표권법 같은 역점 과제가 사법ㆍ입법부에서 잇따라 좌절되면서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는 물론 북한 미사일 도발까지 외교도 순탄치 않다. 지지율이 33%까지 밀린 바이든 대통령은 내우외환 국면에서 힘겨운 취임 1주년(20일)을 맞게 생겼다.
①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좌절
코로나19 대응부터 쉽지 않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미 직업안전보건청이 지난해 11월 취한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직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미국 노동자 8,000만 명이 이 조치 적용 대상이었다. 대법관 9명 중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의무화에 반대했다.
의무화 반대 법관들은 코로나19가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스포츠 행사 등에서도 퍼질 수 있는데 입법 없이 접종 의무화를 취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늦어지자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접종 의무화가 가로막히면서 향후 방역 대책도 힘이 빠지게 됐다.
대법원은 다만 병원, 요양원 등 의료시설 종사자 백신 접종 의무화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대규모 직장 노동자의 생명을 구하는 상식적인 요건을 차단하는 것은 실망스럽다”라고 반발했다.
② 투표권법 통과 설득 실패
새해 미국 정치권 최대 쟁점인 투표권 확대 법안 처리도 난관에 봉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를 찾아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면담 후 “이 일을 끝내기를 바라지만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투표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공화당의 반발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했다. 상원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분위기다.
러시아군이 12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T-72B3 전차를 이용해 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다. 로스토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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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러시아 강공에 외교 고전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현안을 두고도 고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지 방안을 논의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설 이사회는 이날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앞서 10일 미러 안보대화와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협의에서도 성과가 없었다.
여기에 더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러시아 방송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과의 회담이 결렬되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우리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파견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턱밑에 러시아 군사력을 전개하겠다는 압박으로, 1962년 소련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케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주장을 ‘엄포’로 규정하며 “만약 러시아가 그런 방향으로 간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외교적 대화의 길을 택하기를 강하게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미국은) 준비돼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거대한 후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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