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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조선-대우조선 합병 불발…'메가 조선사' 탄생 무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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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불허 결정

거대 조선사 통한 조선업 도약 기대 사라져

업계, 당장 큰 피해 없지만…경쟁력 약화 우려

대우조선해양, 재매각도 난항 예상

[이데일리 함정선 경계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초부터 수주 호황을 이어온 조선업계가 ‘암초’를 만났다.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EU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11월에 심사를 시작한 후 심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결과는 합병을 불허한다는 판단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수주잔량 기준 세계 1~2위의 결합으로 거대 국적 조선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EU의 합병 불허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의 3사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년 진행한 합병 불발…EU, 거대 조선사 탄생 막아

EU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3년간 진행된 두 기업 간 기업결합은 불발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과 2020년 8월 싱가포르, 같은 해 12월 중국이 조건 없는 승인을 했지만 EU에 발목이 잡혔다.

EU가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두 회사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매출 약 20조원 이상의 거대 조선사가 탄생해 독과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EU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우 석탄보다 LNG를 더 선호하는데, 지난해 수주량의 87%를 차지한 우리 조선사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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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 우려…3사 각자 대응 이어가야

업계에서는 EU의 기업결합 불허가 당장 조선사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하는 등 조선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선사와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는 것은 물론 환경규제 대응이나 신형 선박과 같은 기술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할 수 있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었다. 또한 국내 3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나타나는 저가 경쟁 등 손실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무산에 따라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가 각각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도 지속하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이 이뤄진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조선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불안한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추진 걱정도

이번 합병 무산으로 우려가 커진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졌으나 재무·사업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합병으로 예상됐던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재무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게 됐다.

fn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강재가 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1조3000억원, 올해 역시 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에 2조6000억원, 부채비율이 305.6%에 이른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인수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재매각을 추진해야 하는데, 규모가 크고 재무가 악화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후보가 많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련 연구원은 “3사로 나뉘어 있어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며 “합병이 무산됐다고 해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3사가 대응 방안을 빠르게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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