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던 정책·공약도 미약…SNS 선거전마저 지지부진
심 후보 연락 끊고 ‘숙고의 시간’…당내 “자성부터 해야”
정의당은 어디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 일정 중단을 결단한 지 이틀째인 13일 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장소인 국회 당 대표실이 텅 비어 있다. 심 후보는 전날 모든 선거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선대위도 이날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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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20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위기에 빠져들었다. 심상정 대선 후보가 공식 일정을 전면 중단한 지 이틀째인 13일 숙고에 들어가자 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2017년 대선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 때문에 이같이 결단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거대 양당의 ‘비호감’ 대선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의당만의 선거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내부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 후보가 전날 밤 공식 일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밝힌 “심각한 상황”은 ‘숫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8월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후 5%를 넘나들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최근 2%대까지 떨어졌다. 목표인 두 자릿수 지지율은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5년 전 2017년 대선에서 완주하며 6.17%(201만7458표)라는 득표율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하지만 심 후보가 단순히 지지율 수치 때문에 숙고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심 후보와 정의당의 이번 대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 때도 군소 후보였지만 당시엔 대안정당 후보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받았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심 후보는 논리 정연하고 선명한 정책 설명으로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장점으로 꼽혔던 정책·공약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표 공약인 신노동법 정도를 제외하면 과거 선거전의 정책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심 후보는 최근 정책·공약 발표 회견마다 “예전에 추진했던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기득권이라고 비판하는 차별화 전략 역시 ‘조국 사태’로 인한 ‘민주당 2중대’ 비판과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 등 악재들을 만회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이용하는 선거전도 예전만큼 보이지 않는다. 기대했던 TV토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만의 협의로 진행되면서 토론 기회마저 얻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다. ‘바깥 세력’과의 연대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제3지대 공조는 사실상 가능성이 없어졌고, 민주노총과 진보당·녹색당 등과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논의 역시 지난 9일 실무자 회의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협의가 불발됐다. 오랜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표심을 얻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 관계자는 “외부적 어려움이 컸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내부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전면적으로 일신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대선 선대위는 이날 전면 재정비했다. 여영국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장단과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했다. 심 후보는 지도부 및 선대위와 연락을 끊고 모처에서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당은 오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심 후보는 국회 의원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자택에도 없었다. 여영국 대표가 심 후보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 의원실을 직접 방문했다. 여 대표는 국회에서 선대위 집행부와 1시간45분가량 논의한 끝에 선대위원 일괄 사퇴를 결정했다. 당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냈다. 여 대표는 “후보의 잠시 멈춤은 더 단단한 걸음을 내딛기 위한 결단의 시간”이라며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심상정 후보를 믿는다”고 했다.
선대위원 일괄 사퇴는 전날 밤 심 후보가 여 대표에게 숙고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부터 선대위 내에서 제기됐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심 대표 결단과 관련해 “최근 후보가 선거에 대한 절박함이나 당의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며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심 후보가 지난주 ‘혼자 깊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후보직 사퇴 등 심 후보 거취 여부가 거론되는 것엔 “지나치게 앞서나간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변인은 “후보뿐 아니라 당 전체가 과정을 되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건지 성찰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후보가 숙고의 시간이 끝나면 직접 당원과 국민들께 입장을 말씀하실 것”이라고 했다.
박홍두·탁지영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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