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인호 시의회 의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민생지킴 종합대책 발표를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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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두고 연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날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오 시장이 시의회가 자신의 주요 공약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을 비판하면, 김인호 시의회 의장이 다시 이를 반박하는 양상이다.
오 시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줄임말) 예산 시리즈 4 – 서울 영테크,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청년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서울시가 새롭게 준비한 사업들이 안타깝게도 시작부터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연애, 결혼, 출산에 더해 내 집 마련의 꿈도 포기했다는 소위 ‘N포세대’에 희망을 돌려드리는 ‘서울 영테크’와 사회 초년병 청년들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해 드리는 ‘대중교통 요금 지원’ 예산을 시의회에서 50% 삭감했다”고 전했다.
서울 영테크 사업은 재무설계 전문가들이 만 19~39세 청년들에게 재테크에 관한 금융 교육과 상담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가 15억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시의회가 절반인 7억7500만원을 삭감했다.
오 시장은 “서울 영테크는 청년들이 자산시장의 속성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준비 없이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에 뛰어들지 않고 신중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하도록 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예산이 반토막 나는 바람에 청년 1만명에게 제공하려던 대면 상담이 대폭 축소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사업은 만 19~24세 청년 15만명에게 대중교통 이용 요금의 20%를 교통 마일리지로 환급해 주는 사업이다. 당초 시는 152억5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75억원이 삭감됐다. 오 시장은 “예산이 50% 삭감되면서 당초 15만명을 대상으로 했던 사업 규모를 7만5000명으로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마저도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 개정안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시의회를 향해 “서울시의 새로운 사업은 무조건 ‘오세훈 치적 사업’이라는 편파적 시선을 거두어 달라”며 “’청년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다 해도 ‘청년의 외침’에 귀기울여달라”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부터 페이스북에 ‘지못미 예산안 시리즈’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앞서 장기전세주택, 지천 르네상스, 1인가구 안전 관련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 시장을 향해 “우리가 신념과 가치보다 시민을 우선해 가까스로 합의한 예산을 제발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이 “시와 시의회가 함께 마련한 2022년도 예산을 두고 ‘지못미 예산’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고, 이번 예산의 의미와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시장이 거듭 주장하는 예산들은 지키지 못해 미안한 예산이 아니라 지키려고 못내 애써서 미안한 예산”이라며 “지금 필요한 서울시장의 정책은 지천을 파헤치는 토건사업이 아니라 시민을 절망과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듭된 숙고와 이해로 합의된 예산을 두고 더 이상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며 “주어진 예산을 제대로 집행해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서울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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