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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저녁이 있는 삶’에서 ‘소확행’으로…기획자 손낙구 “이재명은 생활대통령”[스팟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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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을 바꾸는 공약을 앞세우는 지금이 당연하고 거대 담론에 치중했던 과거가 이상했던 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공약 시리즈를 총괄하는 선대위 정책본부 손낙구 보좌관(김정호 의원실)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오늘부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작지만 알찬 ‘소확행’ 공약 시리즈를 발표한다”며 이 후보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소확행 시리즈는 10일 44호까지 이어졌다. ‘배달 오토바이 소음단속 강화’ ‘스마트폰 안심 데이터 제공’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미성년 빚 대물림 방지’ 등 히트작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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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소확행 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손낙구 보좌관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소확행 공약들은 모두 1달 이상 내부 검토를 마친 것″이라며 ″후보가 최종 OK를 하면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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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경선 당시 기본소득 등 스케일이 큰 ‘기본 시리즈’에 치중하던 흐름이 지나면서 정책의 주변부였던 소확행 시리즈는 어느새 선거 이슈의 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일 이 후보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소확행 공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이 커진 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석열씨의 심쿵약속’이란 이름으로 핀셋 공약(마이크로타겟팅)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그러면서 스쳐 지나갔던 ‘변형카메라 관리제’ ‘돌봄교실 오후 7시까지 연장’ 등도 재조명받고 있다.

당내 정책통인 손 보좌관은 2011년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표의 보좌관 시절 ‘저녁이 있는 삶’ 정책 탄생의 주역이다. 손 보좌관은 “저녁이 있는 삶을 시대정신이나 거대 담론처럼 보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 시간을 단축해 가족과의 행복한 저녁 시간을 만들어주자는 생활밀착형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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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탈모치료제 건보 적용'을 공약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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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소확행 시리즈가 주목받고 있다.

A : “소확행이 어디서 새롭게 튀어나온 게 아니다. 2011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의 기초노령연금 공약 등 생활을 바꾸는 공약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었다.”

Q : 기억나는 소확행 공약은

A : “의료법을 개정해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고 했던 11번째 소확행이다. 여론조사를 보니 미혼 여성 80%가 산부인과에 가는 게 꺼려진다고 답했다. 산부인과란 이름이 기혼 여성용이라는 선입견을 주기 때문이다. 명칭을 고치는 어렵지 않은 해결책으로 많은 여성의 불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1986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손 보좌관은 2000~2004년엔 민주노총 대변인이었다. 그는 “‘주 40시간 노동’이란 말에 회사원들이 공감하지 못하길래 ‘주 5일 근무’로 바꿔 부르자고 했더니 여론에 불이 붙었다”며 “김대중 정부가 공식화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2004년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국회에 들어온 직후엔 주로 노동과 불평등 문제를 파고들었다.

Q : 그래도 대선엔 거대 담론이나 시대정신의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시각도 있다.

A :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달성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해도 내 삶이 안 바뀌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유권자들의 질문이다.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해법을 제시하는 게 선진국 정치의 과제다.”

Q : 소확행이 시류에 편승한 패스트푸드 같다는 지적도 있다

A : “이슈에 타이밍을 맞춰 내니 그런 오해를 한다. 지난달 윤 후보의 아내가 허위경력 의혹을 받을 때 냈던 ‘온라인 경력증명 발급시스템’ 공약이 그런 경우다. 선대위에선 11월 중순부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실현 가능한지, 예상 밖의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검토해 낸 것이다. 발표 시기를 이슈에 맞춘 것일 뿐이다.”

Q : 탈모 공약 받을 건가. 중증 질환 보장 확대가 급하지 않나.

A : “탈모나 임플란트 관련 공약도 분위기 타서 후보가 그냥 던진 게 아니다. 한 달 이상 정책본부에서 검토해 오던 사안이다. 중증 질환에 대한 재정 지원이 우선이란 건 맞는 말이지만 다수가 고통받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탈모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공감한다는 첫걸음을 뗀 것이고 질병성 탈모의 사각지대와 건보 적용 확대 가능한 범위를 검토 중이다.”

손 보좌관은 “이재명 후보를 수식할 표현을 짓는다면 ‘생활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생활상의 문제를 정치로 끌고 들어오는 능력에서 다른 정치인과 가장 차별화된다. 정치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유권자들에게 입증해 온 게 이 후보의 강력한 경쟁력이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윤 후보의 ‘심쿵약속’에 대해선 “생활 관련 정치적 약속이 많아진다는 거 자체가 바람직한 변화”라며 “유권자의 삶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진영 간 거리도 점점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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