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에 대한 독려일 뿐"…시민 사이선 공포감
탈레반이 붙인 포스터로 여성의 히잡 착용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여성 인권에 대한 족쇄를 좀처럼 풀지 않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이번에는 수도 카불 곳곳에 여성의 히잡 착용을 압박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부착했다.
8일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한 전담 기관인 권선징악부는 최근 카불의 카페와 상점 등에서 이런 조처를 했다.
포스터에는 부르카로 얼굴을 가린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무슬림 여성은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글이 적혔다.
부르카는 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이다.
일반적으로 히잡은 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만 가리는 스카프를 말하지만 때로는 부르카, 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등과 혼용되거나 이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탈레반은 이 포스터에서 말하는 히잡이 어떤 의미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포스터 내용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이 처벌받거나 맞는 것은 아니라며 "이것은 단지 무슬림 여성이 샤리아를 따르게 하기 위한 독려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여성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대생은 AFP통신에 "그들(탈레반)이 시도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감을 퍼뜨린다"며 "처음 이 포스트를 봤을 때 나는 정말 겁에 질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내가 부르카를 입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를 원한다"며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의 지시로 마네킹에서 떼어낸 머리 |
권선징악부는 이달 초에는 서부 헤라트 지역에서 옷가게 마네킹의 머리 부위를 떼어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권선징악부의 한 관리는 당시 "이런 것들(마네킹의 머리)은 우상"이라고 말했다.
권선징악부는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샤리아로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당시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도 허용됐다. 여성에는 외출, 취업, 교육 등에 제한이 가해졌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후에는 여권 확대 등을 약속하며 과거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내각에 여성을 한 명도 포함하지 않는 등 여러 속박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중·고등 여학생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하순에는 "가까운 친척 남성과 동행하지 않은 채 72㎞ 이상을 여행하려는 여성은 차에 태워주면 안 된다"며 여성의 외출과 여행에 대해 제한 조치도 도입했다.
그에 앞서 11월 하순에는 여성의 TV 드라마 출연과 해외 드라마 방영 금지 등을 담은 방송 지침이 공개되기도 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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