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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졸업시즌 꽃집의 슬픈 비누꽃…“1만원 하던 장미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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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꽃 가격 전년 동기보다 150% 올라

졸업식 시기에 시민들 꽃다발 마련 한숨

생화 대신 비누꽃·보존처리꽃만 팔기도

코로나19로 해외 수입 차질에 기후 영향

한파에 화훼농가 작목 전환…생산량 줄어


한겨레

장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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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정(41)씨는 6일 초등학생 딸 졸업식을 위해 꽃다발을 사려다 깜짝 놀랐다. 3만5천원∼4만원짜리 꽃다발이 평소 2만원짜리 꽃다발과 크기가 비슷해서다. 이씨는 “아이 졸업식인데 꽃을 안 살 수는 없어 샀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꽃다발 크기가 작아 아쉬웠다”며 “꽃집 여러 곳을 둘러봤는데 대부분 가격이 2배가량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생화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초·중·고등학교 졸업식 기간에도 ‘대목’을 누리지 못하는 동네꽃집과 꽃다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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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한 꽃집 냉장고가 비어 있다. 문희선(52)씨 제공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를 보면, 이달 1∼5일 절화(자른 꽃) 가격은 한 속(묶음)당 1만2395원으로 전년 동기(4956원) 대비 150.1%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6595원, 11월에는 588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5%, 30.4% 증가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꽃다발 가격을 올려도 급등한 생화 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2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강아무개(36)씨는 “장미 한 단에 1만원 하던 것이 3만원 이상으로 올랐다”며 “차라리 한동안 장사를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은 정도지만, 미리 받아둔 예약 건이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어쩔 수 없이 꽃다발 가격을 1만원씩 올렸다. 생화 가격 상승분을 다 반영하지 못했는데도 ‘왜 이렇게 비싸냐’는 반응을 보이는 손님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소리(25)씨도 “평소라면 냉장고를 꽉 채울 만큼의 비용으로 꽃을 사와도 냉장고가 반도 차지 않는다”며 “할 수 없이 5만원짜리 꽃다발을 기존 3만5천원짜리 꽃다발 크기로 만들고, 3만5천원짜리 꽃다발은 당분간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을 듣고 놀라서 그냥 나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아예 생화 판매를 관두고 비누꽃 등만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 경기 용인 수지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문희선(52)씨는 지난달부터 생화를 판매하지 않아 꽃집 냉장고를 텅 비워두고 있다. 문씨는 “25년째 꽃집을 운영했지만 생화 가격이 이 정도로 오른 건 처음”이라며 “지난달부터 프리저브드 플라워(특수 보존 처리한 생화)와 비누꽃만 판매하고 있다. 대목인 졸업 시즌에 생화를 아예 팔지도 못하고 있으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생화 가격 급등에는 코로나19 확산과 이상기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사업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꽃 수입이 줄고 물류대란으로 자주 연착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초까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12월에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꽃 소비가 줄면서 작목을 전환한 화훼농가가 많아 현재 출하량이 줄었다”며 “해외 꽃 수입 물량도 줄었고, 특히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남미에서 장미 등 품목을 들여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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