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선대위’를 해체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6일 행보는 ‘약점 보완’으로 요약된다.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라거나 “리더십이 약하다”, “청년층에 비호감이다”란 지적에 대응하는 맞춤형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윤 후보는 가는 곳마다 고개를 숙였다.
첫 스케줄은 출근길 인사로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윤 후보는 검은색 코트와 정장 차림으로 오전 8시부터 40분 동안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오가는 시민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잘 하겠습니다”라며 연신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혔다. 응원하는 이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가 하면, 어린 아이에게 다가가 “춥겠다. 학교에 가니”라며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윤 후보 측은 “차를 타고 당사로 가던 중 이준석 대표가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얻을 방법으로 낸 연습문제 1번이 지하철역 인사’라고 하자, 윤 후보가 웃으면서 ‘아이디어 좋다. 지금 하자’라면서 즉흥적으로 여의도역에 내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응원에 두 팔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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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이어 여의도 당사로 가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발표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토지 용도를 변경해 10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게 골자다. 윤 후보는 “재건축·리모델링으로 집을 떠나는 세입자들에게도 재정비 기간 중 이주할 주택을 제공하고, 일반분양분 우선 청약권 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1호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큰 방향은 ‘공급확대·규제 완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한 점을 이슈화하면서, 이를 차별화해 자신의 비전(정책·공약)으로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국회로 넘어가 ‘변화와 단결’라고 이름 붙여진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당과 선대위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 모든 제 부족함의 탓”이라고 사과했다. 윤 후보는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하실 때까지 우리 자신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 의원 여러분께서 모두 지역으로 가서 소통해 달라”고 ‘하방’을 지시했다. 발언 말미엔 “내부 혼선을 국민이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합을 호소했다. 의원들은 구호로 “다시 시작! 원팀으로!”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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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엔 당사에서 청년보좌역들과 ‘변화와 쇄신’ 간담회를 열었다. 윤 후보는 “지금 20·30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다”고 치켜세우며 “앞으로 공약을 낼 때 무엇을 추출하고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 청년들에게 먼저 검토를 받게 하라고 정책본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직후, 청년보좌역들 입에선 거침없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청년보좌역 직에서 사퇴한 곽승용씨는 “이준석 대표 사퇴 결의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걸 보고 ‘선거 지려고 작정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비판했다.
총괄특보단 한상현 청년보좌역은 “지금 후보 곁에는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 기생충들 같은 십상시가 가득하다”고 지적했고, 직능본부 이윤규 보좌역은 당사 밖에서 진행된 탄핵 시위를 거론하며 “윤 후보가 나가서 저분들을 설득하라. 저 모습을 보고 그대로 가신다면 후보가 암묵적으로 동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윤 후보 이미지가 꼰대이자 수동적인 모습으로 굳어지고 있다”(김동욱 청년보좌역)라거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끌어안아야 한다”(염정우 보좌역) 같은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윤 후보 측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후보가 참모들에게 ‘요즘 지지율 알지 않느냐. 잔소리건 쓴소리 건 다 내 달라’고 했다. 후보가 술도 끊겠다고 하더라”며 “이리저리 변화에 몸부림치고 있는데, 자꾸 나쁜 뉴스에 가려지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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