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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국경 닫아 걸면 뭐하나...日 방역 틈새 미군기지서 오미크론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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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일본에서 주일 미군기지 발(發)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막겠다며 지난 11월 말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방역 구멍'이었던 미군기지를 통해 오미크론이 퍼져나간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NHK에 따르면 5일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2638명으로 전날(1268명)의 2배 이상 급증했다. 일일 확진자가 하루 2000명이 넘은 것은 지난해 9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오키나와가 전날의 3배 가까이 증가한 6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쿄(東京)도 390명, 오사카(大阪)부 244명, 히로시마(広島)현 138명, 야마구치(山口)현 104명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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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촬영한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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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국 각지의 주일 미군기지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지역 감염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오키나와다. 오키나와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 미 해병대 기지 캠프 한센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클러스터)이 발생해 5일까지 총 1001명이 감염됐다.

미국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기지 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오미크론 감염자일 것으로 외무성은 추정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경우 이미 지난달 30일 신규 감염자의 97%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로 나타났다.

야마구치현에선 미군 이와쿠니(岩國) 기지 주변을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기지에 인접한 히로시마현에서도 감염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와쿠니 기지에선 지난해 12월 21일부터 1월 5일까지 총 424명이 감염됐다. 현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군 관계자들이 시내 음식점을 이용한 영향으로 현지에 감염이 퍼졌다고 보고 있다.

그 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横須賀) 기지, 도쿄 요코다(横田) 기지, 아오모리(青森)현 미사와(三沢) 기지 등에서도 미군기지 내 집단 감염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군 입국 전후 PCR 검사도 안 받아



이 과정에서 일본 내 미군기지의 허술한 방역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양국 간에 맺어진 미·일 지위협정에 따라 미군기지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 검역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센 기지 집단 감염 후 일본 정부가 미군에 문의한 결과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어온 군인들은 입국 후 5일째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1회 받았을 뿐, 미국 출국 전이나 일본 입국 직후 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입국 후 행동 제한 기간에도 기지 내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일본인 직원들과도 접촉했다. 일본 내 있는 모든 미군기지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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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도쿄의 간다 신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새해 운세가 적힌 '오미쿠지' 종이를 기둥에 묶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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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국 제한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아무 제한도 없이 미국과 일본을 오간 군인들에 의해 이미 오미크론이 일본 전역에 번진 셈이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일본 내 오미크론 확진자는 5일까지 총 1480명이지만, 연말연시 검사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실제론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시다 정부 들어 첫 비상조치



일본 내에서는 이런 미군기지 관리 상황에 분노하며 미·일 지위협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오키나와현 지사는 "오키나와의 오미크론 감염 확대는 미군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협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연일 호소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지난해 12월 22일 주일 미군 사령관에 방역 조치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일본에 들어오는 미군 관계자 전원에 대해 출발 전 72시간 이내 검사, 입국 후 24시간 이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야시 외상은 6일에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가진 전화 회담에서 주일미군의 외출 제한 등 감염 방지 조치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감염이 급확산하는 오키나와현에는 빠르면 9일부터 비상대책이 적용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주 내 관계자 회의를 열어 오키나와에 긴급사태 아래 단계인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이하 중점 조치) 적용을 결정한다. 중점 조치 적용 지역에선 지자체장이 음식점 등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거나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는 업주에게는 20만엔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본에선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도쿄 등지에 발효됐던 긴급사태와 중점 조치가 작년 9월 30일을 끝으로 전면 해제됐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에 중점 조치가 다시 적용되면 작년 10월 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 출범 후 첫 사례가 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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