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새가 주는 놀라운 선물들…"새와 함께 사는 도시 만들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속가능 도시계획 전문가 티모시 비틀리 '도시를 바꾸는 새'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새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고양한다. 독특한 외양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귀여운 몸짓과 노랫소리는 즐거움을 준다. 새와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이곳에 온전히 있게 된다."

신간 '도시를 바꾸는 새'의 저자 티모시 비틀리의 찬사는 각별하고 극진하다. '새' 하면 최근에 도시 속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비둘기를 먼저 떠올리지만, 하늘을 나는 새는 오래도록 경이로운 대상이었다.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든 뒤 하늘로 날아오른 그리스 신화 이카로스 이야기 등 인류는 그 아름다움을 오랜 기간 예찬해왔다.

날개 달린 마법 같은 이 생명체는 우리 인간의 생각을 확장하고 고양하며 심리 안정과 정신 건강에도 기여한다.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게 된다. 나무가 우거지고 새 소리가 들리는 곳에 사는 사람은 우울감과 긴장감을 나타내는 지표가 매우 낮다. 또한 새는 꽃가루받이를 하고 씨앗을 퍼뜨리며 양분을 순환시키는 등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는 새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시에 사는 새는 온갖 위험에 처해 있다. 건물을 뒤덮은 유리창, 빛 공해, 자동차 소음, 기후 변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의 역경 속에 생존 위기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의 수가 미국에서만 연간 10억 마리, 우리나라에서는 800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계절 따라 이주하는 철새의 상황은 또 어떤가?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쉴 만한 장소가 거의 보이지 않고, 도로나 건물, 피해야 할 송전선만 넘쳐난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머물렀던 해안 습지나 도시 교외의 숲 또한 해가 갈수록 급속히 사라져간다.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녹색 도시주의(Green Urbanism)' 용어 창안자인 저자는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가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도시를 자연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새를 위한 도시'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이번 책을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새와 새의 서식지를 지키는 활동은 탄소 배출 저감, 기후 변화 완화 등 다양한 방면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노라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이 새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비 행태를 바로잡게 한다는 것. 도시 속 공원과 정원에 새들이 좋아하는 자생종 나무를 심으면 종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일거양득,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랄까.

연합뉴스

유리창 충돌로 목숨을 잃은 새들(캐나다 토론토). [원더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이런 노력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새를 보전하기 위해 싱가포르의 고층 빌딩은 수직 숲이 됐고,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는 토종 새를 위한 2.5㎢ 넓이의 야생 보호구역이 조성됐다. 급수 시설이 있던 영국 런던의 공업용지는 새들이 날아드는 람사르 습지로, 가동을 멈춘 캐나다 토론토의 벽돌 공장은 새와 사람의 방문이 줄줄이 이어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지구는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다. 인간이 길을 닦고 건물을 올려 도시를 건설하기 이전부터 새들도 터를 잡고 함께 살아왔다. 따라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오늘날, 도시를 인간만의 것이 아닌 다양한 생명 종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연합뉴스

새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건립한 미국 시카고의 아쿠아 타워. [원더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자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새들의 서식지를 보전하고 새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자생종 나무를 심어 정원과 공원을 조성하고, 새에게 안전한 건물을 짓는 '새를 위한 도시'가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도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거듭 당부한다.

"새들은 우리가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광부들이 탄광 속 유해 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데리고 갔다는 일화처럼 새들은 변화의 파수꾼이 될 수 있다. 새는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끔은 소란스럽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구할 수 있는 천사이기도 하다."

김숲 옮김. 원더박스 펴냄. 33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