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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view] 윤석열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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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발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기구와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국민들께 안심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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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세와 선대위 내란으로 리더십 위기에 몰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파격적 승부수를 던졌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기존 선대위를 해산하고 후보 중심의 선거대책본부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선대위의 윤석열’이 아니라 ‘윤석열의 선대위’로 대선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윤핵관’ 논란 등으로 어지럽던 선대위 난맥상을 솜씨 좋게 풀어내기보다 ‘고르디오스의 매듭’을 단칼로 자르는 정면돌파를 택한 거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대책기구와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국민들께 안심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선대위 해산’ 선언과 함께 “철저한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대책본부장에는 4선인 권영세 의원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권 의원은 당 재정·조직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직도 겸직한다. 선대본부와 병렬 체계로 두는 정책본부의 본부장은 원희룡 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이 맡기로 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해 “앞으로도 좋은 조언을 부탁드렸다”고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고, 윤 후보를 향해선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정권교체의 초심을 강조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검수완박 부패완판”을 외치며 검찰총장 옷을 벗은 지난해 3월 4일의 윤석열,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아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해 6월 29일의 윤석열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께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윤, 대선 63일 앞 홀로서기 … 보수 결집이냐 중도 이탈이냐

중앙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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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불과 63일 앞두고 나온 홀로서기 선언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약발이 먹히면 중환자도 살리지만 거꾸로 더한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극약은 치명적이다. 그만큼 절박한 위기 인식 속에서 나온 카드다. 윤 후보의 승부수는 통할까. 정치권의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윤 후보 측은 지지율 하락세를 멈춰세우고 자중지란으로 답답했던 국면을 전환시키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핵심 측근들 까지 2선 후퇴하고 단기필마로 홀로 서는 길을 택한 윤 후보의 결단에 보수층이 재결집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상남자 윤석열, 승부사 윤석열의 컴백홈. 기쁘다”(전여옥 전 의원)는 응원도 나왔다.

반면에 중도층과 2030세대 지지층의 이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김종인·이준석을 업고 중도와 2030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 전략을 펴겠다는 당초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030세대는 당파적 성향이 약하다”며 “그들의 지지가 빠지면 윤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 이미지 전략의 부재 등 선대위 개편 필요성이 있었던 건 맞는데, 문제는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결과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도층 일부의 이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호’의 순항 여부는 몇 가지 남은 변수에 달려 있다. 우선 ‘킹메이커 김종인’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다. 경선 때 경쟁 이후 아직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껴안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흩어진 보수 표심 재결집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세 속에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외부 변수들보다 후보 본인이라는 상수(常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석열의 성패를 가르는 건 외부 요인들보다 그동안 말실수와 비전 부재 논란에 휩싸였던 윤 후보가 지금부터는 시대정신에 맞게 진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완전히 새 출발 하겠다”고 하는 등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윤 후보는 그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TV토론 문제에도 전향적으로 나섰다. 윤 후보는 회견에서 “3회의 법정토론으로는 부족하다. 추가 토론에 대한 협의 착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수세적으로 비치던 태도를 바꿔 공세적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김형구 정치에디터, 현일훈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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