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펴낸 '화호리Ⅱ'·'농촌 수탈의 흔적'
일제강점기 전북 지역에 있던 '동진농업주식회사'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30년 한 신문에 '조선 경지 면적 중 1할은 일본인 점령'이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전북은 2할 9푼 차지'였다. 일본인이 점유한 농지 비율을 지역별로 살폈을 때 전북이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이어 1935년에는 전북과 전남 지주를 각각 '구마모토형'과 '현준호형'으로 설명한 기사가 나왔다. 전북은 일본인 지주들이 많아 발달한 농업기술로 농사를 하지만, 전남은 조선인 지주가 전통적 농업 방식을 고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순열 전북대 명예교수는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5일 발간 사실을 알린 학술서 '일제강점기 전라북도 농촌 수탈의 흔적'에 게재된 논고에서 이 기사들을 소개하며 "일제강점기 전북은 일본인 지주왕국이었다"고 주장했다.
소 교수는 "1910년대 초기 전북의 농업 생산은 쌀 중심이었고, 콩이나 자급용 잡곡은 그다지 많이 재배되지 않았다"며 "1935년에도 전북은 쌀 중심 농사를 했고, 미곡 상품화의 기지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인 지주와 소작농이 많았다는 점도 일제강점기 전북 지역 농업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부유한 지주와 궁핍한 지주의 대립 양상이 명확하게 나타난 곳이 전북이었다고 분석했다.
농업의 양극화는 소작농의 쟁의를 유발했다. 소 교수는 "조선인 소작 농민은 기술 향상이 오히려 경제적 곤란을 야기한다는 의식을 품게 됐고, 일본인 지주에게 자신의 경영 성과를 수량화해 (성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북은 일본인 농장 지주의 기술 선진성이 조선 농민의 빈곤을 가져오는 전형적인 제국주의 메커니즘이 관철된 곳"이라고 결론지었다.
전주역사박물관이 함께 펴낸 보고서에는 논고 외에도 일제강점기 사진, 도서·농장 설계도·지도·지적도·문서 등 농장 기록물, 교량·운수 기록물 등이 실렸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일제강점기 농촌 수탈의 기억 화호리Ⅱ' 연구서도 함께 출간했다.
웅본농장(熊本農場·구마모토 농장)이 있던 정읍 화호리 역사를 정리하고 관련 인물과 문헌을 소개했다. 불이흥업주식회사(不二興業株式會社), 다목농장(多木農場) 등 전북 지역에서 운영된 6개 대규모 농장의 정보도 실었다. 농촌 수탈과 관련된 전북 지역 건축물 사진과 설명도 볼 수 있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보고서들은 일제강점기 경제적 수탈을 위해 전북 지역에 진출한 일본인 농업경영자와 자본가가 세운 농장을 연구한 성과"라며 "전북 지역 근대건축 조사와 보존·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펴낸 연구서 2종 |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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