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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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언론인 및 야당 정치인 등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두고 야당 반발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특히 31일엔 공수처가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통신 자료을 조회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당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던 지난 10월 5일 김 위원장의 이름·주민번호·전화번호·주소·가입일·해지일 등의 통신 자료를 공수처가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내년 초부터 ‘공수처 해체’를 위한 서명운동 등 대국민 여론전에도 나설 방침이다. 대선을 68일 앞두고 야권이 공수처의 ’민간인 및 정치인 불법사찰‘ 의혹 쟁점화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오전 8시 기준으로 현재 105명 중 무려 88명(공수처는 86명 조회), 84%에 대해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게 확인됐다”며 “아직 회신 못 받은 의원이 있어서 인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을 탈탈 털어갔단 생각이 든다”며 “터무니없는 일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사퇴하고 감옥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장 배경엔 “감시사회, 감시국가 공수처를 폐지하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이어진 당 의원총회에서도 공수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김진욱이란 자가 처장 직명을 걸고 나와 답변하길, 고발사주 의혹을 조사한 것이라며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했다”며 “공수처가 우리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을 뒤졌다. 대화방 메시지를 안 봤다는 보장이 있나. 이런 짓을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기구라 관여하지 못한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누가 문 대통령이 관여하랬나. 불법을 수사하라”고 덧붙였다. “김진욱을 구속하라” “용서할 수 없다”는 의총 참석 의원들의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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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공수처가 기자에 대한 보복성 통신조회를 일삼았다”며 “민간인과 학자까지 무분별하게 턴 것은 고위공직자 수사라는 공수처 본연의 역할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공수처는 출범 11개월 만에 무능ㆍ무지ㆍ무도의, 3무(無) 기관이 됐다”며 “대생부터 잘못된 공수처, 권력 개입 마수 드러낸 공수처는 지금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한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시 이용자 통지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할 방침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가 하는 꼴은 우습지만, 하는 짓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합법을 빙자해 언론인뿐 아니라 언론인의 가족까지 문어발식 사찰을 자행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집단을 일망타진 할 때나 쓰는 수사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87년 민주화 이후 정보기관도 몸 사리던 짓을 대놓고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공수처를 밀어붙인 여당도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공즉폐답’, 공수처는 즉시 폐지가 답이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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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제도개선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임현동 기자 |
여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조회 수사 관행은 명백히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최근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법적 책임 추궁, 제도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형사사법의 역사는 기본권 확장의 역사이고 수사권 제약 확대의 역사이다. 그것이 형사사법의 개혁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지적하면서도, 제도 개선엔 공감을 표하는 여권 인사도 많았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야당이) 공수처를 공격하는 것은 결국 또다시 정치 쟁점을 만들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오히려 논란이 됐기 때문에 저희가 나서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수사기관의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해왔던 것들은 아예 제도적으로 막아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지금 임시국회가 열려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바로 개정하자”고 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20대 국회 때 통신자료 제공 요청과 관련해 제도 개선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며 “그런데 당시 국민의힘에서 반대해서 이게 통과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공수처가 권한을 남용해서 뭔가를 했다면 문제고, 거기에 대해서도 저흰 두둔할 마음이 없다”며 “야당이 마치 다른 수사기관은 안 하는데 공수처만 한다고 규정하고 공세를 펼치는 부분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야권에서 제기되는 공수처 폐지론에 대해 "공수처는 검찰 등의 범죄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국민이 만든 조직"이라며 "이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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