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서 ‘존재감’ 부각
여야는 ‘표심 구애’ 퇴행적 대응
대선 후보들 20대 선택에 촉각
경향신문은 ‘올해의 인물’로 20대를 선정했다. 20대는 지난 1년 한국 사회의 화두였다.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부동산 양극화를 꼬집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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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낯선 바람이 불었다. 어떤 바람은 헌정사 최초로 30대 보수 야당 대표를 세우고 대통령 선거 정국을 흔들었다. 다른 바람은 한국 사회에 성 평등을 기치로 거대 양당의 테두리 너머를 훑고 갔다. ‘20대’라는 전례 없는 바람이 한국 정치의 한복판에 상륙했다.
경향신문은 2021년 ‘올해의 인물’로 20대 유권자를 선정했다. 20대는 지난 1년 한국 사회의 화두이자 대선을 맞는 정치권의 제1 연구대상이었다. 20대 유권자 그룹들은 익숙한 정치 문법, 굳어진 유권자 지형에 균열을 냈다. 일부는 핵심 유권자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았다. 다른 일부는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은 백래시(반발)를 경험했다. 가장 많은 이들이 대선 표심을 정하지 않은 세대이기도 하다. 20대를 빼고 올해 정치 지형과 내년 대선을 설명할 수 없다. 정치 무관심 세대로 여겨지던 이들은 올해 캐스팅보터이자 대선 정국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했다.
20대가 정치 집단으로 조명받고, 또 분화한 데는 누적된 한국 사회의 문제가 깔렸다. 일부 여성들은 2016년 서울 강남역 살해사건 이후 젠더 이슈로 응집했다.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낸 데도 이들이 있었다. 일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에 반응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정치조직화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청년 일자리, 조국 사태는 이들이 절차적 공정을 중시하는 데 영향을 줬다. 반면 뒤틀린 형태의 공정과 능력주의가 청년 집단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다른 정치적 각성은 분화된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다. 보수 정당으로 몰려간 20대 남성 표심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세우며 ‘0선, 30대 대표’를 만들었다. 홍준표 의원을 윤석열 대선 후보의 맞수로 띄우고, 홍 의원 패배 이후 탈당 러시로 보수 정당을 뒤흔든 주축도 이들이다.
20대 여성은 4·7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 후보와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비슷한 지지를 보냈다. 이례적으로 15.1%가 소수정당·무소속 후보를 지지했다. 거대 양당을 떠난 제3의 선택은 또 다른 정치적 자각의 결과물이지만 한국 정치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변화로 취급됐다.
한국갤럽의 2021년 1년치 정당지지도 조사 추이를 봐도 차이가 뚜렷하다. 20대 여성은 민주당에 20~30%대 지지를 보내는 동시에 제3의 선택에 10%대의 지지를 꾸준히 보였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에 30~40%대 지지를 몰아줬고 소수정당 지지는 미미했다.
20대를 유권자 집단으로 새로 발견한 여야 정치권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퇴행적이었다. 남초 커뮤니티에 기반한 일부 20대 남성 목소리에 여야 대선 주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20대의 삶을 파고드는 대신 인스턴트식 진단과 처방으로 눈앞에 보이는 표심에 구애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20대 절반이 표심을 정하지 못한 무당층으로 남은 현실도 부차적 문제로 밀려났다. 반페미니즘 발언,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로 상징되는 백래시가 수시로 나왔다. 표심으로만 호명된 선택과 대결 정치 틀에서 20대 목소리는 단순화돼 읽혔다. 정치권에 취사선택된 일부 목소리가 전체 청년의 목소리로 포장됐다. 20대의 복잡다단한 차이는 지워졌다.
2021년 20대 유권자들의 부상과 이에 반응한 정치권의 행태는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응축해 보여줬다.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 20대의 바람이 69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느 쪽으로 불지 미지수다. 오는 3월9일 20대의 선택에 향후 5년뿐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가늠해 볼 씨앗이 담겼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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