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갑질금지법 시행 2년 5개월 보고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7만건…폭언 35.7% 최다
"10건 중 7건 단순 종결…5인 미만 등 사각지대多"
"괴롭힘 비율 줄었지만, 심각하단 비율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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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5개월 동안 직장 갑질 신고 1만7342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9일 발표한 ‘사례와 통계를 통해 본 갑질금지법 시행 2년 5개월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년 5개월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7342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35.7%로 가장 많았고, 부당 인사조치(15.5%), 험담·따돌림(11.5%) 순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부터 이 법이 개정되기 전인 올해 10월 13일까지 접수된 사건 1만2997건 가운데 개선 지도가 이뤄진 사건은 23.8%였고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사건 당사자가 직접 취하(43.5%)하거나 법 적용 제외 사례 등이 포함된 기타(31.4%)로 분류된 건은 74.9%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신고된 사건 10건 중 7건 이상이 취하되거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단순 행정종결 처리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고, 법 적용을 받더라도 고용노동부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현황(자료=직장갑질119 사례와 통계를 통해 본 갑질금지법 시행 2년 5개월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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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조항을 담아 한 차례 개정됐다. 개정 법률은 올해 10월 14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신고 후 사용자의 조치의무가 강화되긴 했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1~11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회사 또는 노동청에 신고한 건수는 429건(39.3%)인데, 이 중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조치의무를 위반한 제보가 236건으로 무려 55.0%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는데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는 건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는 “조사 중인 기간에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도 제재 조항이 없고 조사기간 자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신고 후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당할 수 있다”며 “이러한 법의 공백은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피해자가 신고 자체를 꺼리게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1000명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설문조사(자료=직장갑질119 사례와 통계를 통해 본 갑질금지법 시행 2년 5개월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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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줄고 있지만…괴롭힘 정도는 여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인들은 괴롭힘은 차츰 줄고 있지만, 괴롭힘 정도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6월과 올해 9월을 비교했을 때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45.4%에서 28.9%로 16.5%포인트 줄었으나 ‘괴롭힘 정도가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은 33.0%에서 32.5%로 비슷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은 갑질을 막는 데 일부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가 예방교육 경험과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를 교차분석해 본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교육 경험이 있는 직장인(63.7%)이 교육 경험이 없는 직장인(45.5%)에 비해 1.4배 높게 나타났다. 또 직장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응답은 교육 경험이 있는 직장인(80.6%)이 교육 경험이 없는 직장인(69.1%)에 비해 11.5%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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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 비롯해 보복·꼰대 갑질 수두룩
직장갑질119는 단체에 신고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 갑질 내용이 심각하고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10대 영역의 20대 갑질 사례도 공개했다.
사례 중에는 폭행과 성추행·성희롱, 폭언을 비롯해 신고를 이유로 보복 갑질하거나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가족 갑질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를 찾는 청년들에게 ‘꼰대 갑질’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갑질 사례도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위해 2년 근속 시 120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중간에 그만두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 폭언이나 성희롱 등을 일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한 20대 청년은 “상사가 보고가 맘에 안 든다고, 반차를 사용했다고, 아침에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품한다고 등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토로했다. 상사는 말끝마다 “신입 주제에”, “건방져 보여”, “만날 놀려고 하냐” 등 훈계를 하고 사람을 2시간 동안 세워두고 잔소리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데 청년내일채움공제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익명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벌이고, 심각한 회사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며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악용한 갑질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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