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물품 쏟아지는 온라인시장
냉장고·오븐 등 대형 기구부터
일회용 컵·콜라까지 매물나와
"너무 많아 잘 안팔려요"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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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용 전기밥통 20인분 팝니다.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거의 새 것입니다. 3만 원.” “업소용 금고 1만 9,000원에 팝니다. 동전통 있어요.” “업소에서 쓰던 싱크대, 바트 6개 각각 6만 원에 팝니다.”
28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물품 판매 게시 글이다. 한 동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서 가정용 생활용품이 주로 거래되던 이곳에서 최근 ‘업소용’ 제품을 판다는 게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잇따르는 자영업 폐업에 폐기 처분되는 설비와 기구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가 이날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거래를 시도해본 결과 ‘업소용’ 제품을 판다는 게시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커피 머신, 대형 냉장고, 전기 오븐 등 고가의 대형 설비들부터 업소용 비닐 랩, 포스 용지 등 자잘한 소모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게시됐다. 심지어 비닐을 뜯고 남은 일회용 컵 일부, 업소용 콜라, 주먹밥용 카레 가루처럼 일상적인 중고 거래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물건까지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1.25ℓ짜리 업소용 콜라를 판매한다는 A 씨는 “며칠 전 맥줏집을 폐업하고 빚이 2억~3억 원가량 쌓여 가게 설비뿐만 아니라 자가용까지 다 팔았다”며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이것저것 보이는 대로 다 중고 거래로 올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고 거래로 푼돈이라도 건져보려는 자영업자는 A 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990㎡(약 300평) 규모의 헬스장을 폐업한 김 모(36) 씨는 “대형 운동기구는 전문 업체를 통해 처분하고 손목 보호대와 아령 등 소형 기구는 중고 거래로 팔았다”며 “코로나19로 홈 트레이닝이 유행이라 그런지 모두 빨리 팔렸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윤 모(38) 씨는 “업소용 커피 머신은 중고라도 가격이 비싸고 매물도 많이 나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윤 씨는 다른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도 업소용 물품 판매 게시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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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폐업 물품 처분 창구로 중고 거래를 찾는 이유는 최근 자영업 폐업이 대거 늘면서 철거 업체들이 저렴한 값에 사가는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폐업 정리 시 가게 주방 중고 어떻게 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게시 글에는 “철거 업체 3군데 견적 50~60(만 원), 제가 직접 당근마켓 등 판매해서 700(만 원). 업자들 사가지도 않습니다. 구매해도 후려치는 수준으로 가져갑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자영업자들의 이처럼 어려운 사정은 통계 수치로도 나타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소상공인 체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 들어 줄곧 50 내외를 기록했다. 체감 BSI는 사업주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이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본다는 의미다. 특히 이 수치는 올 1월 37.3, 2월 42.8, 7월 27.8, 8월 37.3 등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67.7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10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연말 다시 강화된 거리 두기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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