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기자회견에서 연신 “죄송하다” “송구하다” “부끄럽다”고 했다. A4 세 장 분량의 원고를 읽는 6분여 동안 낮게 깔린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선 잠시 훌쩍이며 뒷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씨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이후 처음이다.
김씨는 이날 논리적 대응보다는 감성적 접근을 택했다. 남편 윤 후보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여성으로 말하기 힘든 유산 경험까지 털어놨다. 김씨는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다”며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녔고, 자신감이 넘치며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밥은 먹었냐, 추운데 따뜻하게 입으라며 늘 전화를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얻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대국민 사과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고 그간 공개 활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씨의 등장은 큰 뉴스였다. 검은 정장, 하얀 하이넥 블라우스에 검정 머플러를 두른 그는 평소와 달리 머리를 차분히 내려뜨리고 등장했다.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옆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얼굴을 살짝 가린 이른바 ‘애교머리’ 스타일과는 달랐다.
대선후보 배우자로서 김씨의 첫 공개 석상 데뷔는 6분여간 입장문 낭독 후 허리를 굽혀 90도 인사를 하면서 끝이 났다. 질문은 받지 않고 퇴장했다.
국민의힘 당사는 이날 정오부터 김씨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는 기자회견에 앞서 윤 후보와 김씨 의혹을 분리하려는 듯 브리핑장 벽면에 마련된 ‘윤석열이 확 바꾸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백드롭을 없애고, 당 깃발도 치웠다. 한편 국민의힘 선대위는 27일 김민전 경희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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