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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너무 맞으면 되레 역효과"…4차접종 하려던 이스라엘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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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가운데 이스라엘에선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무산될 기로에 놓였다. 이스라엘 정부의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권고했으나, 보건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이스라엘에서 4차 접종 계획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근거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 등에 따라 최종 승인권자인 나흐만 아쉬 이스라엘 보건부 최고책임자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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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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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스라엘 정부 자문위는 지난 21일 60세 이상 고령층과 의료진 등을 상대로 4차 접종 시행을 권고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자문위의 결론에 대해 "전 세계적인 오미크론 확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훌륭한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에선 26일부터 대상자들에게 4차 접종이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 7월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3차 접종을 한 이후 부스터샷은 여러 국가로 확산했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4차 접종 시행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스라엘 의료계 "4차 접종 데이터 부족" 반발



하지만 자문위의 4차 접종 권고가 나온 직후 이스라엘 의료계 일각에선 "과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하다사대병원의 코로나19팀 책임자인 드로 메보라크 박사는 캐나다 매체 CBC에 "나는 데이터를 근거로 3차 접종은 지지했지만, 4차 접종의 효과에 관해선 증거가 있지 않는 상태라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접종을 할 근거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의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고 전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일부 과학자들은 주사를 너무 많이 맞으면 면역 체계를 피로하게 해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신체 능력이 손상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 자문위도 4차 접종 권고가 데이터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자문위 패널인 론 데이건 벤구리온대 교수는 4차 접종 권고와 관련, "우리에겐 4차 접종을 권고할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유행에 부스터샷 효능 대폭 감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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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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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자문위가 권고 결정을 내린 이유는 오미크론 확산 영향으로 3차 접종의 효능이 대폭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선 지금까지 인구의 45%가 3차 접종을 마쳤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코로나19 국가정보지식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 내에서 오미크론이 확산하며 한 두 달 안에 백신 접종으로 거의 보호받지 못하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센터는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면서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3차 접종 효능이 한 달 안에 기존 75%에서 25%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오미크론이 5차 대유행을 이끌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24일 하루 확진자 1775명 가운데 591명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25일에도 오미크론 감염자가 500여 명 추가 발생해 이스라엘의 누적 오미크론 감염자는 1118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21일까지 누적된 오미크론 감염자 341명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 보건부가 4차 접종을 승인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데이건 교수는 "정부 자문위는 4차 접종이 어떤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오미크론 상황을 고려할 때 4차 접종은 잠재적인 이익이 위험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美 연구진 "기존 백신으론 오미크론 못 막아"



한편 기존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예방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23일 사이언스데일리 등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데이비드 호 교수팀은 오미크론에 대응한 기존 백신의 예방 능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얀센 4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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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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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백신 2차 접종을 했어도 오미크론을 중화하는 항체 효능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완치로 얻은 항체의 오미크론 중화 능력은 백신 항체보다 더 약했다. 호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회복자나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오미크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차 접종도 오미크론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해주지 않을 수 있지만, 면역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접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항체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는 4개의 돌연변이를 추가로 찾아냈다며 오미크론이 지금까지 본 코로나19 변이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항체를 회피하는 바이러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해 이에 맞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오미크론이 확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3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델타 변이가 유행했을 당시의 효능인 80%보다 급감한 것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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