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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정당 기술적 해법 찾는 李, 헌법적 대통령 선언만 남긴 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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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던진 개혁 어젠더는 비례위성정당 방지법이다. 그는 지난달 12일 “지난 총선 직전 자유한국당이 비례의석을 더 받기 위한 꼼수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도 대응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든 사정이 있지만,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민 주권 의지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게 위성정당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당혁신추진위원회(위원장 장경태) 주도로 비례위성정당 설립을 막는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지역구 공천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여러 방안들을 시뮬레이션해보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건 아니다. 2월까지는 발표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법 개정안의 본래 취지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방안에 대해선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시작한다고 가능하겠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비례성 강화 등 근본적 개혁 방안보단 개정 선거법의 부작용 해소를 위한 기술적 해법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헌법적 대통령제’를 기치로 내걸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꿀 ‘권력개혁위원회’를 띄우겠단 구상이다. 윤 후보가 지난 7월 언론인터뷰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의 사정 기능”이라며 민정수석실 폐지 의사를 밝힌 연장선이다. 그러나 윤 후보 역시 지난 14일 대통령제 폐지를 골자로 한 개헌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를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 일반 국민은 대통령제를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개헌 보단 정권 운영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할 방안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개혁 공약을 향한 양당 주자들의 미지근한 태도에 발끈한 건 3지대 인사들이다.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개헌 약속이 안 된 윤석열 후보의 헌법적 대통령제는 결국 국민 기만으로 나타날 게 뻔하다. 이재명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 관련) 일언반구조차 없다”며 두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정의당 역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방지법 논의에 대해 “득실을 따져보니 비례성 강화는 손해가 날 것 같고, 위성정당에 대해 사과는 해야겠으니 방지법을 꺼낸 것”이라며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고 정치개혁 얘기는 쏙 들어가 버린 꼴”(이동영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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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공약했던 정치개혁…이번엔 왜 미온적일까
역대 대통령 정치개혁 공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이는 과거 대선 후보들이 정치개혁을 주요 공약 내지는 승부수로 띄운 것과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정치개혁을 승부수로 띄운 건 김대중 전 대통령(DJ)이다. DJ는 1997년 대선에서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김종필 전 총리와 DJP연합을 구성하며 대선에서 승리했다. DJ는 당시 집권 2년 안에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다른 대통령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정치 개혁 어젠더를 대선 주요 공약으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07년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및 장관 인사권 보장,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및 불체포특권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18세로 선거연령 인하, 피선거권 확대 등을 공약했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개혁 어젠더가 실종된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①코로나로 엄중한 시국 ②비주류 0선 출신 대선후보 등의 환경적 요인을 뽑는 이들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너무 비상이고 경제도 어렵다. 과거 개헌이나 국회법 정비 등 얘기도 이뤄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 정치개혁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비주류 출신이고, 윤석열 후보도 정치 초보다. 3선 금지제나 정당개혁, 선거제도 권력구조를 다 건드리는 문제로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가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못받을 수 있다”며 “포지션상 정치개혁 얘기를 안 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의 자질 문제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전의 정치 선거와 달리 경제 이슈가 부각되는 큰 흐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선거는 준비돼있지 않은 후보들이 나오다보니, 정치개혁 뿐 아니라 경제·복지·외교 등 어떤 이슈도 주목을 못받고 있다. 결국 후보들의 자질과 정치적 환경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영익·남수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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