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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화재 연구자가 본 옛 서울역…"역사성 사라지고 건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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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교수 '근대 유산, 그 기억과 향유' 발간

연합뉴스

큰길 너머로 보이는 옛 서울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제강점기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지은 옛 서울역사는 4년 뒤 건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 건물은 1925년 완공됐을 당시 서구 르네상스 양식의 이국적인 외관과 웅장한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2층에 들어선 양식당 '그릴'도 큰 인기를 끌었다.

1981년 사적 제284호로 지정된 옛 서울역사는 2004년 기차역으로서 기능을 상실했고, 2년간의 복원 공사를 거쳐 2011년 문화 공간인 '문화역 서울 284'로 탈바꿈했다.

문화역 서울 284에서는 가끔 전시와 공연이 열리지만, 바로 옆에 세워진 새 역사(驛舍)와 비교하면 찾는 이가 매우 적다.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인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현암사를 통해 펴낸 신간 '근대 유산, 그 기억과 향유'에서 옛 서울역사에 대해 "공간은 그대로 있지만, 건물이 지닌 맥락과 역사성이 사라졌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옛 서울역사를 찾는 사람은 추억을 떠올리지만, 복원된 건물 외에는 그 기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전시·공연의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그냥 보통의 전시이고 공연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열차역으로서의 역사(歷史)이며, 그 역사가 옛 서울역사라는 존재의 출발점"이라며 이 건물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열차 승하차'가 가능해져야 공간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역설한다.

아울러 문화역 서울 284라는 명칭도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명료하게 '옛 서울역'으로 부르는 편이 낫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보기에 옛 서울역사 사례는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 국내에 남은 근대 건축물 중 상당수는 역사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문화·예술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는 "우리는 근대 건축물의 활용이라고 하면 무조건 전시장, 공연장을 생각한다"며 이러한 현상은 고민과 성찰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다고 안타까워한다.

책에는 근대문화재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담겼다. 문화유산의 일부인 근대문화재는 보통 제작·형성된 지 50년 정도 지난 건물이나 사물을 뜻한다. 문화재청에서 '등록문화재'로 관리하는 유산이 대표적인 근대문화재다.

저자는 "등록은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를 지정하는 것보다 유연한 개념"이라며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로 가기 위한 이전 단계로 보면 좋다"고 설명한다.

또 현재 일상과 연결되는 현재성과 동시대성, 의미·용도·가치가 변화하는 가변성이 근대 유산의 특성이라고 짚는다.

이외에 궁궐, 조선왕릉에 남은 근대 유물과 오래된 빵집, 서점, 극장 등 각지의 근대문화재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수록됐다.

288쪽. 2만 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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