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앞줄 가운데)가 22일 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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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을 서로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날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한 말이다. 이 후보는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취재진이 김 처장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미 (대장동 특검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후 SBS에 출연해서도 이 후보는 “재직 중엔 (누군지) 몰랐다”며 “위로의 말씀 외엔 드릴 말씀이 더 없다”고 말했다. 특검과 관련해선 “빨리 해서 확실하게 전모를 밝히는 게 낫다”고 했고, ‘대장동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정말 이게 이런 표현을 하면 좀 그런데 미치겠다”고 답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난 10일 숨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여했다. 그런 두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야권에선 ‘이재명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소멸해 가던 대장동 이슈가 다시 소환될 것 같다”(초선 의원)거나, “악재일 수 있다”(재선 의원)는 등의 우려가 나왔다.
과거에도 이 후보의 반등 국면마다 대장동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한 지난 10일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여진으로 이 후보 지지율이 오르던 때였다. 당시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정책 전환에 몰두하던 이 후보는 야권의 거센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 후보는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로 대장동 사건 재부상을 막았다. 아직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되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당내 경선 중 대장동 의혹이 계기가 됐다. 그래서 당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당이 낸 공식 입장은 22일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는 논평이 전부다. 최근 이 후보가 지지율 상승 국면을 타던 상황에서 대장동 이슈가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은 거친 공세를 퍼부었다.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에 대해 원희룡 선대위 총괄정책본부장은 “김 전 수석이 원칙대로 강하게 (대장동 의혹) 진상을 파헤치려 했던 여파인 듯하다. 이 후보 쪽에서 김 수석 아들의 이슈를 터뜨려 김 수석을 날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원 본부장은 “유동규·유한기·김문기 모두 대장동 공모지침서 변경으로 화천대유 개발이익 몰아주기에 관여된 사람들인데, 이들을 비롯한 대장동 관련자들이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죽음을 서약한 바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오히려 김 처장의 죽음을 과도한 음모론으로 끌고 가는 국민의힘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와 23일 오찬 회동을 한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회동했으나 이 전 대표가 유세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원팀 기조’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두 사람이 회동하면 이런 ‘내부 갈등설’은 가라앉을 전망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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