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인 원매가 쓴 '자불어' 완역…"작품마다 나름의 교훈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귀신이나 유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에 빈번히 등장하는 소재다. 귀신을 두려워하면서도 기꺼이 시간을 들여 귀신이 나오는 책이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중국 항저우 사람인 원매(袁枚·1716∼1798)는 진사에 급제했으나 40세에 관직을 그만두고 난징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는 이따금 명승지를 유람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학문 연구와 저술에 투자했다.
그는 30년간 수집한 온갖 귀신 이야기 572편을 담은 '자불어'(子不語)라는 저작을 노년에 완성했다. 이야기 출처는 중국뿐만 아니라 태국, 오키나와, 일본,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네덜란드, 조선 등 다양하다.
책 제목 자불어는 유교 경전인 '논어'의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에서 비롯됐다. 이 문구에서 자불어는 "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으셨다"를 뜻하며, 괴력난신은 "괴상하고 폭력적이며 난잡하다"를 의미한다. 즉 공자가 언급하지 않은 이상한 이야기를 수록한 서적이 바로 자불어라는 것이다.
자불어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책 '청나라 귀신요괴전'이 출판사 글항아리를 통해 최근 발간됐다. 1천 쪽에 가까운 이른바 벽돌책 2권으로 구성됐다.
책에 등장하는 귀신은 형체나 성격이 각양각색이다. 사람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에 깃들기도 하고, 강시나 요괴로 출현하기도 한다.
모든 귀신 이야기가 공포심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기이한 일이 있었나 싶은 사연도 있다.
예컨대 한 마을에서 10년 넘게 병을 앓아 배가 부풀어 오른 여성 이씨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여성이 사망하자 남편이 장례를 치르려 했는데, 갑자기 눈을 떴다. 배도 정상으로 돌아온 여성은 자신이 이씨가 아닌 왕씨 아가씨라고 말했고, 마침 얼마 전에 딸을 잃은 왕씨 가족은 그녀가 딸이라고 주장해 소동이 일어났다.
역자인 조성환 박사는 서문에서 원매가 '마음을 즐겁게 하고 귀를 놀라게 하는 일'을 하고자 자불어를 썼을 뿐 귀신에 미혹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책이 한나라와 송나라 유학을 배척하는 한편, 과거 제도의 폐단을 폭로하는 등 예리한 필치로 사회의 어두운 상황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불어의 내용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작품마다 나름의 교훈이 들어 있다"며 "교훈은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
1권 980쪽, 2권 932쪽. 각권 3만9천 원, 세트 7만2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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