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불명예 퇴진 |
아들의 입사지원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김진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수석이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즉각 수용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의 수용 직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병상 확보 등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전 부처가 한 몸이 돼 비상한 각오로 전력을 다해 달라”는 당부 외에 김 수석과 관련한 말은 하지 않았다. 김 수석의 아들은 다수 기업에 제출한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김진국 민정수석이다”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등의 내용을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빠 찬스’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석은 아들 입사와 관련해 개입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밝힐 수 없는 김 수석의 가정사와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음에도 국민적 공분을 살 만한 상황에 대해 즉각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날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해명했던 김 수석은 이날 오후 “공직자는 가족과 관련해서도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사과했다. 이어 “저는 비록 떠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온전히 평가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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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김 수석 즉각 경질은 대선 화두로 떠오른 공정 이슈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논란이 길어질 경우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이슈 등 불공정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대선 승패의 키를 쥔 중도층이나 20·30세대의 민심이 급격하게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아들의 상습 도박과 성매매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여권에선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이 정작 스스로 임명한 민정수석들에게 발목이 잡혀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초대 조국 전 수석은 2년2개월 동안 부실 인사검증과 특별감찰반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으로 발탁됐지만 각종 논란 끝에 35일 만에 물러났다. 후임 김조원 전 수석은 2주택 보유 논란 끝에 1년여 만에 물러났고, 3대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경질됐다. 4대 신현수 전 수석은 박범계 법무장관과 윤 전 총장 사이에 벌어진 검찰 간부 인사 조율 등에서 ‘패싱 논란’ 등을 겪은 끝에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여기에 5대 김 수석까지 임명 9개월 만에 불공정 논란을 일으켰지만, 박범계 법무장관은 전날 SNS에 “김 수석은 투명하다는 확신이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그를 옹호했다. 이에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매우 부적절하며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박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야당은 “인사권자의 무능을 한눈에 보여주는 일이자, 회전문 인사가 빚어낸 참극”이라고 비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 정권의 내로남불식 인사 행태는 이미 이재명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본부장의 구속으로 입증됐다”며 “내 사람 중심의 회전문 인사 참극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정권교체의 필요성은 더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강태화·성지원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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