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얀마 양곤의 한 사원에서 보주를 봉헌하고 있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가운데)의 모습./사진=미얀마국영글로벌뉴라이트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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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얀마 군부 수장이 불교행사에 참석해 평화를 기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얀마 주요 매체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지난 18일 수도 양곤의 한 사원을 방문해 보석으로 꾸며진 보주와 각종 물품을 봉헌했다. 군부의 언로인 국영 글로벌뉴라이트는 다음날 흘라잉 사령관의 대대적인 봉헌과 함께 “역사적인 사원의 곳곳이 보수됐다”고 찬양 보도했다.
이날 불탑 보수와 봉헌식 등 행사를 마친 흘라잉 총사령관은 사원의 방명록에 불탑의 보수에 무척 만족한다며 ‘미얀마가 식량 안보의 축복을 받길 바란다’는 내용의 방명록을 남겼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흘라잉 사령관은 현재까지 130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에 대한 책임과 비판에 직면해있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20일 “이날 피투성이 쿠데타 지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얀마에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는 말로 자신의 소원을 마쳤다”고 비판했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민선 정부를 전복하고 이를 규탄하는 민주진영과 시민들을 무차별로 탄압하고 있는 흘라잉 총사령관이 점성술과 불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흘라잉 사령관과 친밀한 승려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이라와디의 보도에 따르면 흘라잉 사령관과 가장 밀접한 승려는 우 꼬위다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샨주(州) 사령관을 맡고 있던 2006년 우 꼬위다의 추종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점성술과 오컬트에 능한 우 꼬위다는 현재 흘라잉 사령관의 점성술 고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와디는 우 꼬위다가 시위대의 머리를 조준해 총을 쏘라고 조언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에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공공장소에 미얀마 여성복의 일종인 타메인에 그의 사진을 붙여 놓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미얀마에서는 여성의 옷가지 아래로 지나가면 불행이 닥치거나 남성성을 잃게 된다는 믿음이 있다.
자신이 존경하는 승려의 사진이 붙은 타메인이 공공장소에 전시됐다는 소식을 들은 흘라잉 사령관은 크게 분노해 이같은 행위를 한 사람들을 불교 모독죄로 기소할 것이라 엄포를 놓았다.
지난 주말 열린 봉헌식에도 흘라잉 사령관과 우 꼬위다는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라와디는 “미얀마 시민들은 고대 사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의 목적은 흘라잉 사령관이 미얀마에서 자신의 통치를 지배하기 위해 신의 축복을 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는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다. 쿠데타 이후 일부 젊은 승려들이 승복을 벗고 군부에 맞서는 시민들과 합류하거나 사원에서 조용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저명한 일부 노승들은 군부와 결탁해 비판을 사고 있다.
군부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미얀마 양곤대학 강사 A씨는 21일 아시아투데이에 “90% 이상이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고승들은 많은 불교도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흘라잉 사령관도 자신이 고승들의 지지와 축원을 받는다면 그들의 추종자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이런 이유로 미얀마 군부는 고승들과 사원에 막대한 기부금과 봉헌을 아끼지 않고, 흘라잉 사령관 본인도 고승들을 극진히 모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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