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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조이는 Fed, 푸는 인민은행…미·중 통화정책 ‘디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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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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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05%포인트 내렸다. 인민은행은 기존에 연 3.85%였던 LPR을 연 3.8%로 조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로 통하는 LPR을 내린 건 지난해 4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8월부터 모든 금융회사가 LPR을 대출의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일에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렇게 하면 시중에 1조2000억 위안(약 223조원)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자금을 빌려줄 여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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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인민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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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민은행의 LPR과 지준율을 인하는 경기의 경착륙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내년에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은 긴축을 향해 통화정책 방향을 돌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말 회의에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Fed는 내년 상반기 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은 “Fed는 ‘매파’(통화정책 긴축), 인민은행은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라고 전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위인 미국과 2위인 중국의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길을 택한 건 경제 상황이 달라서다. 미국은 치솟는 물가가 골칫거리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8% 상승했다. 월간 물가 상승률로는 1982년 6월 이후 39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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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 테이퍼링 계획.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은 경기 하강세가 빨라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도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컸던 지난해(2.3%)를 제외하면 1990년(3.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제 기조로 ‘안정 속 전진’(穩中求進)을 제시하며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돈줄을 풀면 중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헬렌 차오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통화가치 급락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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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중국은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을 외환시장의 ‘방패’로 내세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176억 달러였다. 세계 2위인 일본(1조4045억 달러)보다 1조8131억 달러 많았다.

중국은 일정 수준의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감수하더라도 경기 부양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대규모 자본 유출은 인민은행이 엄격한 자본 통제로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느냐는 Fed가 얼마나 빠르게 긴축으로 돌아서고 인민은행이 어느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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