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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죄고, 한쪽은 풀고.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정반대의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발등의 불인 물가를 잡기 위해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속도를 높였고 기준금리도 인상할 태세다. 반면 중국은 둔화하는 경제를 살리려 다시 유동성 공급의 수도꼭지를 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Fed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민은행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행보는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테이퍼링 규모를 현재의 2배(월 300억 달러)로 늘린다고 밝혔다. FOMC 위원의 금리 인상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도 내년에 3번 이상 올릴 뜻을 드러냈다. 테이퍼링 종료 시점인 내년 3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중국인민은행은 돈줄을 계속 풀고 있다. 20일 1년 만기대출우대금리(LPR)를 3.85%에서 3.80%로 내렸다. 지난해 4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LPR은 중국의 기준금리로 통한다. 중국 정부가 2019년 8월부터 전 금융기관이 LPR를 대출 업무의 기준으로 삼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엔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2000억 위안(약 223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은행의 LPR과 지준율을 인하는 경제 경착륙을 막으려는 정부 의도가 반영됐다”며 “인민은행이 내년에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미국과 중국의 중앙은행이 각자의 길을 택한 건 두 나라가 처한 경제 상황이 달라서다. 미국의 골칫거리는 치솟는 물가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8%로 1982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7개월 연속 5% 이상 올랐다. 공급난 대란과 인력난 등이 겹친 탓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 급등이 굳어지는 걸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경기 침체가 걱정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6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6% 아래로 내려간 건 코로나19 충격을 겪은 지난해(2.3%)를 제외하면 1990년(3.8%)이 마지막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 홀로 반등'했던 중국 경제는 올해 중반부터 성장세가 둔화했다. 공동부유(共同富裕) 기치 속에 중국 정부가 기업을 강하게 규제했고, 이 와중에 헝다(恒大)발 부동산 부채 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 속 전진(穩中求進)’을 내년도 경제 기조로 삼으며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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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통화정책 디커플링(비동조화)은 당장은 중국에 불리할 수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내 투자 자본 이탈이 가속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슈창(舒暢)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위안화와 달러 자산간 수익률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부양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 흑자를 버팀목 삼아 통화 완화에 나설 것”이라며 “대규모 자본 유출은 엄격한 자본 통제로 막으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중국 장쑤성 하이안의 한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현금을 세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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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속도를 높이는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도이체방크는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 인상을 하면 미 경제는 급격하게 냉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딩솽(丁爽)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경제가 서로의 영향력을 상쇄시켜 세계 경제 전반이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자본 흐름의 변화는 Fed가 얼마나 빠르게 긴축하고, 인민은행이 어느 수준으로 완화 정책을 벌일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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