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라우 오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15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 ‘오포 이노데이 2021’에서 이렇게 자랑했다. 오포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다. 라우 CPO는 이 자리에서 오포의 첫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인 ‘파인드 엔(N)’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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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타사 제품 대비 주름 80% 개선”
삼성 갤럭시Z 폴드3(위)와 오포 파인드 엔(아래)의 디스플레이를 비교한 모습. 오포 파인드 엔이 펼쳤을 때 화면이 더 팽팽한 모습이다. [데이브2D 유튜브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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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포의 독특한 물방울 힌지(접히는 부분) 디자인으로 폴더블 제품의 가장 큰 소비자 불만 사항 중 일부를 해결했다”며 “TUV에 따르면 다른 (폴더블) 기기와 비교해 80%까지 눈에 띄는 주름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TUV 라인란드는 독일의 세계적 시험인증기관이다.
라우 CPO는 삼성전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글로벌 폴더블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은 900만대로, 삼성전자가 이 중 88%를 차지한다.
실제 해외 IT 팁스터(정보 유출가)에 따르면 오포의 파인드 엔에선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화면의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명 IT 팁스터인 아이스 유니버스는 트위터에 삼성·오포의 폴더블폰 제품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삼성이 일을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IT 전문 매체 씨넷 역시 체험을 비교하면서 “삼성 갤플립3, 갤폴드3와 비교해 화면 주름이 보는 각도와 관계없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터치로도 식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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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삼성도 어려운데…주름 해결 신기”
구독자가 300만명이 넘는 IT 유튜버 데이브2D는 “시장에서 폴더블폰을 처음 시작한 삼성전자도 여전히 주름 문제를 겪고 있는데, 오포가 어쨌든 주름 문제를 해결한 것이 신기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의 첫 폴더블폰인 파인드 엔의 내부. 물방울 모양의 힌지 디자인으로 주름 문제를 개선했다. [사진 오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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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디스플레이의 주름만 놓고 보면 오포가 삼성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메인 디스플레이에 삼성전자와 같은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사용한다. 그런데도 주름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힌지 디자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인드 엔은 접히는 부분 뒤쪽에 물방울 모양의 공간을 둬 기기를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가 둥글게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 디스플레이에 그만큼 주름이 잡히지 않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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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폴드보다 57만원 싸, 앱 호환은 과제
이에 비해 삼성전자 제품은 디스플레이를 접었을 때 접히는 뒤쪽 부분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다. 업계는 이 이유가 초기 모델부터 이어온 디자인 영향도 있지만 S펜 적용이나 방수·방진 등 내구성 강화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갤폴드3는 최고 방수 등급인 IPX8을 획득했다. 이는 담수 기준 수심 1.5m에서 30분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오포 측은 “땀과 습기 등 일상생활 속 문제를 견딜 수 있는 테스트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3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사진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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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는 가격 면에서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오는 23일 중국에서 공식 출시될 예정인 파인드 엔의 출고가는 256GB 모델이 1206달러, 512GB 모델이 1410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각각 143만, 167만원 정도다. 이는 갤폴드3 출고 가격(199만8700원, 209만7700원) 대비 43만~57만원 저렴하다. 디자인은 삼성전자와 유사하지만 갤폴드3 대비 다소 작은 사이즈로 펼쳤을 때 가로 화면 비율이 넓은 점, 접었을 때 한손으로 사용하기 편리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에서만 출시되고, 다른 앱과의 호환이 어려운 점 등은 한계로 꼽힌다. 씨넷은 “파인드 엔은 중국에서만 출시되는 제품으로 플레이 스토어를 포함한 구글 서비스가 부족하다”며 “일부 앱을 다운로드 했을지라도 몇몇 앱은 화면의 분할 모드를 사용해 멀티태스킹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돼온 수율(생산품 중 정상 제품 비율) 문제를 개선했을지도 관건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폴더블폰은 내수용에 가까운 데다 수율이 낮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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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선전, 장기적으로 삼성에 유리”
삼성 스마트폰 미국 판매량 중 폴더블 비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오포가 기대 이상의 첫 폴더블폰을 출시한 것이 삼성전자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뿐 아니라 애플 등이 뛰어들어 폴더블폰 시장 저변이 확대되는 게 삼성전자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터리서치 연구원은 “향후 삼성이 폴더블폰을 통해 기대 수준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먼저 커져야 하는데, 중국 주요 제조사와 애플의 시장 진입은 이러한 맥락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삼성이 장기적으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선 높은 배터리 소모와 발열, 힌지 내구성 등을 경쟁사 대비 선제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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